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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근 해병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김 전 사령관은 법정에서 처음으로 이른바 ‘VIP 격노설’을 들었다고 시인했으나, 법원은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특별검사 이명현이 이끄는 순직해병특검팀은 이번 기각 결정의 사유를 면밀히 분석한 뒤, 보완 수사를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VIP 격노설’의 전달 경위와 외압 여부, 위증의 신빙성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김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영장을 기각했다. 남 판사는 “피의자의 경력, 주거 및 가족관계, 수사 절차에서의 출석 상황과 진술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도주 우려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와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의 지위 등을 감안할 때 방어권 행사를 넘어선 증거인멸 우려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영장심사에서 김 전 사령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와 관련해 “화가 났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2023년부터 줄곧 이를 부인해왔던 입장을 사실상 2년 만에 번복한 것이다.
김 전 사령관은 군사법원, 국회 청문회 등에서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VIP 격노설’을 전달한 적이 없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구속 위기에 처한 이번 심문에서는 처음으로 관련 소문을 들었다고 시인했다. 그의 변호인 김영수 변호사는 심문 후 “직접 대통령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소문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에 지금까지 출처를 밝히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에게 모해위증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김 전 사령관이 수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허위 진술을 했으며, 군 관계자들과의 연락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영장 청구는 특검 출범 이후 첫 신병 확보 시도였다. 김 전 사령관은 이달 7일과 17일 두 차례 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으며, ‘기억나지 않는다’는 등의 답변으로 진술을 회피해왔다. 그러나 영장심사에서는 입장을 바꾸며 특검의 향후 수사 전략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김 전 사령관을 통해 “수사 결과를 민간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박정훈 대령은 해병대 내 책임자 8명을 특정한 조사 결과를 민간 경찰로 이첩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이를 김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김 전 사령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는 소위 ‘VIP 격노설’을 박 대령에게 전달했고, 사실상 수사 이첩을 중단하라는 상부의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특검은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이 같은 전달 과정이 국방부 장관→해병대사령관→수사단장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외압 구조’의 정황을 보여준다고 보고 있으며, 김 전 사령관을 외압 실행 라인의 핵심 연결고리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특검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 참석자들로부터 “윤 전 대통령이 당시 격한 반응을 보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VIP 격노설’의 실체를 뒷받침하는 간접 증거로, 향후 수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김 전 사령관은 2023년 7~8월 해병대사령관 재직 당시, 채수근 상병의 초동 조사를 맡았던 박 대령에게 윤 대통령의 격노설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박 대령은 당시 임성근 해병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했고, 윤 전 대통령이 이 보고에 격노했다는 증언이 대통령실 회의 등에서 오갔다는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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