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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니 창고형이니 이름을 바꿔 불러도 결국 본질은 같습니다. 약사들이 지금 우려하는 건 단순한 약값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철석같이 믿어 온 약사법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약국을 찾아 창고형 약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약사가 내게 던진 이 말은 소비자 입장에서만 생각하던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몇 달간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논란은 대부분 ‘저가 판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약국 간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약국 생태계를 무너뜨리며 결국 약사 사회 전체에 불안을 확산시킨다는 것이 주요 논지다. 하지만 그 약사의 말은 이런 프레임에서 한 발짝 비껴 있었다.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제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데 있다.
그 말에 공감하면서도 나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창고형 약국은 정말 ‘문제’인가? 약을 싸게 사고 싶은 욕망은 비정상인가?
창고형 약국을 찾는 사람들의 행동은 단순한 ‘유혹’의 결과가 아니다. 이는 선택권을 확보하려는 최소한의 움직임이다.
감기약, 진통제, 영양제, 연고 등 생활 속에서 자주 찾게 되는 일반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 이는 단순한 소비자의 선택을 넘어서 기초적인 보건 예방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의료기관의 밀집도를 줄이고 국민 건강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약국에 대한 접근성과 합리적 소비는 단지 가격 문제가 아니라 공공 보건의 중요한 인프라라는 사실과 맞닿아 있다.
물론 약국은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다. 약사는 보건의료인으로서 전문성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한 존재다. 그러나 그 위에 놓인 가격 구조가 소비자에게 여전히 불투명하다면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역 약국들이 오랫동안 약국 생태계를 지켜 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 스스로 일정한 가격 질서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다빈도 품목에 한해 마진을 낮추고 과도한 가격 경쟁을 자제하며 나름의 질서를 유지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 구조가 소비자 편의나 정보 제공 측면에서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창고형 약국은 단순히 넓고 저렴한 약국이 아니다. 대형 자본, 유통 전략, 온라인 마케팅, 공간 설계, 주차 편의성, 입지 전략까지 포함된 종합 기획형 약국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약국이 입점한 건물 위층에 이미 의원 용도의 점포가 등록되어 있었고 향후 의료기관이 입점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약사 사회는 이를 ‘기형적 설계’라고 비판하지만 현재 약사법상 명확히 금지된 사항은 아니어서 법의 회색지대를 활용한 기획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왜 이런 구조가 가능했는가? 누가 허용했고 왜 제도는 따라가지 못했는가?
창고형 약국에 대한 비판의 많은 부분은 ‘현행법을 교묘히 피해 간다’는 데 있다. 그러나 법이 변화한 시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면 그 책임은 단지 행위자에게만 돌릴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제도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성찰이다.
소비자는 이미 움직였다. 창고형 약국을 찾고 가격표를 사진 찍어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어떤 약국이 더 합리적인지를 논의한다. 소비자에게 약국은 여전히 의료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생활경제의 공간이기도 하다. 약국이 그동안 소비자의 요구에 충분히 응답해 왔는가를 묻는다면, 많은 이가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창고형 약국이 불편할 수는 있다. 약사들에게는 위협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문제’라면 그 문제를 만든 것은 제도이며 해법 또한 제도 안에 있다. 소비자는 이미 선택했다. 이제 제도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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