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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수도 중심가 시장 일대에서 폭력과 마약 밀매 등을 행하던 중국인들이 현지 경찰에 적발됐다. 칠레 수사경찰(예방 중심의 카라비네로스 경찰과 별도)은 검찰과의 합동 작전으로 산티아고 내 중국계 범죄조직을 해체했다고 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산티아고 메이그스 지역에서 총 11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10명이 중국인으로 확인됐다”는 글과 다양한 총기류와 폭발물·탄약·도검·휴대전화 등 압수품 동영상이 함께 게시됐다.
수사 당국 발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인 1명을 포함한 이들 조직원은 시장 상인들에게 위력을 행사하며 마약 거래로 범죄 자금을 확보해 왔다. 아파트 건물 한 동에 최소 7채를 매입해 ‘안전가옥’처럼 활용하거나 불법 유흥시설로 개조해 운영해 왔다고 한다. 체포된 이들 중 1명은 살인혐의로 경찰이 쫓던 인물이라고 현지 일간 비오비오칠레가 짚었다. 아울러 중국인 업자 양보(Emilio Yang)와 칠레 정치인들과의 유착 가능성도 함께 조사 중이라는 소식이다. 산티아고의 대통령궁 근처인 에스타시온 센트랄 구역에 2010년대부터 중국계 상점이 급증하면서 사실상 ‘차이나타운’으로 불릴 만큼 상권 지형을 바꿔버렸다.
3월 전국다업종중소기업연합회와 산티아고 상공회의소가 일부 중국계 상점의 무면허 운영과 탈세 및 노동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며 당국에 조사를 요구했다고 엘파이스·라테르세라·비오비오칠레 등 현지 매체들이 연이어 보도했다. 2023년 기준 칠레 전역의 중국계 상점은 200개 이상이상이며 무허가를 아우르면 이 수치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언론에선 이들 중 대부분이 수도 중심가에 몰려 있어 메이그스의 최대 40%가 중국계 자본일 것으로 본다. 이번 검거는 그런 상황에 대한 칠레 당국의 최초 본격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일찍부터 현지 소상공인들이 불공정 경쟁의 불만을 토로하며 중국계 상점들의 비공식·불법적 관행을 호소해 왔다는 점도 이번에 강조됐다. ‘상대방이 무너질 때까지 저가 공략’을 벌이는 중국 식 상술을 가리킬 것이다. 중국 자본이 칠레 경제에 공헌한다는 주장, 이들의 노동 환경이나 기업 운영방식을 “착취적”이며 “자기들끼리만의 연대”로 보는 시각 등 상충된 평가가 공존한다. 이들이 유발한 물가 교란, 도심 혼잡, 거리점유 문제 등을 들어 “중국인의 도시 점령”으로 표현해 온 일부 유튜버나 정치인도 있다. 그간 정부의 무대응 내지 방치 속에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공감대가 높아진 게 분명해 보인다.
칠레는 중남미 최초의 중국(중화인민공화국) 수교국이다. 당시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가 사회주의를 표방했다고는 하나 1970년 시점에선 이례적인 행보였다.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중국 내 해외진출 장려 분위기가 형성됐으며 1980~90년대 칠레의 시장경제 전환으로 중국과의 외교·경제 협력이 왕성해졌다. 또한 칠레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적극 지지한 나라들 중 하나다. 2004년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선언, 2006년 남미 최초의 중국 자우무역협정(FTA)국이 된 이래 칠레 수도 및 북부 도시에 주로 광둥성·저장성 출신 본토 이민자가 도매업·잡화상·전자기기·의류 사업 등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5년 중국–CELAC(라틴미주국가공동체) 협력 틀 속에서 칠레가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으며 2019년 일대일로 공식 참가 역시 중남미 최초였다. 2013년 퓨리서치에선 칠레 국민의 62%가 중국에 대해 긍정 평가했으나 이후 지난 10여년 반중 감정이 심화됐다. 이미 2015년 9월 영문 계간지 중국정치학연구(JCPS) 논문 중 아르헨티나·콜롬비아·칠레·멕시코·페루 등 8개 라틴아메리카 언론사 뉴스에 달린 댓글과 페이스북 글의 ‘반중정서’를 분석한 실증 연구는 중국의 세력 확장 속도가 얼마나 대단했나 가늠하게 해준다.
해당 논문(Anti-Chinese Sentiment in Latin America: An Analysis of Online Discourse)은 중국의 광물 수요로 인한 자원 고갈 및 환경 파괴, 중국 이민자 대량 유입에 따른 불편 등이 현지 주민들에게 반중 의식을 자극했으며 중국 자본의 광산 개발과 농업 프로젝트를 둘러싼 불안 등에서 무역 상대국으로서의 이점보다 사회경제적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정리했다. 대중 의존도를 고려할 때 중남미국가들 중에서 칠레가 특히 심각한 수준인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2023년 칠레·중국 수교 53주년을 맞아 문화·교육 교류 강화에 합의한 상태이며 중국은 여전히 칠레의 최대 무역국이다. 주로 구리·리튬·과일·와인·연어 등을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산 가전·의류·자동차 부품 등을 수입해 각각 칠레 전체 수출·수입의 약38.4%·30%를 기록했다(2023년 기준). 중국발 요소에 의한 칠레 산업기반 붕괴 인식이 혐중 여론을 부추긴다고 작년 9월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서 지적한 것은 칠레 최대 제철소인 우아치파토의 폐쇄 직후다. 중국이 부동산 침체로 인해 남아돌던 철강을 초저가로 해외에 밀어내기 시작한 이래 칠레가 직격탄을 맞았던 것이다.
금년 3월엔 아타카마 사막의 천문관측소 프로젝트를 둘러싼 미국의 우려와 중국 측 반발이 칠레 내 지정학적 긴장을 상기시킨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와 AP가 주목했다. 중국의 칠레 내 과학·기술 인프라 참여 확대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 시각을 전한 내용이다. 중국에게 칠레는 원자재·농수산물 공급국이자 에너지·인프라 투자 대상국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중남미 교두보였음이 가장 중요하다. 이 사실에 칠레 사회가 위기를 느끼게 된 가운데 향후 대처와 중국 측 반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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