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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여전사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규모가 작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여전채의 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 발행 여건이 개선돼 신용카드채권을 기초로 한 ABS 발행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말일까? 생소한 단어들의 향연이다. 신용카드, 채권, 금융과 관련된 단어로 미루어 보아 경제 기사라고 유추할 수 있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여전사는 무슨 의미인가. 몹시 강해 보이는 단어다. ABS는 브레이크 시스템인가? 이해에 제동은 확실히 걸렸다. ABS(asset backed securities)란 금융용어로 금융기관이 가진 각종 대출채권이나 매출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을 기초로 발행한 증권을 의미한다.
금융 단어는 처음 들으면 낯설고 어색하다. 유동화와 여전채 같은 정체 모를 단어를 듣자면 거부감까지 느껴진다. 다만 이해하고 나면 단순한 경우가 많다. 여전사는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줄임말이다. 카드사 등 여신 업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회사를 뜻한다.
카드사 등이 돈을 빌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사람들이 신용카드로 갚아야 할 돈처럼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이 있다. 둘째 직접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여신전문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를 여전채라 부른다.
이번에는 여전채 금리가 내려갔다. 여전채로 돈을 빌릴 때 회사가 부담해야 할 이자가 줄어들었다. ABS 대신 회사채를 발행하는 쪽이 유리한 시장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자금을 조달하는 데 더 효율적인 선택지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ABS를 덜 발행하게 됐다.
자산유동화증권의 ‘유동화’ 또한 풀어서 이해하면 쉽다. 자산유동화증권은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현금처럼 쓸 수 있게 만든 증권이다. 예를 들어 특정 장소를 제외하고는 현금처럼 쓸 수 없는 백화점 상품권을 중고거래를 통해 현금으로 바꾸는 것처럼, 당장 현금이 아닌 자산을 사고팔기 쉽게 만드는 과정을 ‘유동화’라고 한다. 급전이 필요할 때 전당포에 물건을 맡기고 돈을 받는 행위도 유동화의 일종이다.
금융업계 종사자들과 금융 용어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이런 단어가 익숙하고 쉽게 읽힌다. 오히려 원문 그대로 썼을 때 가장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부럽다.
여전히 금융 용어는 학생이나 일반인에겐 어렵다. 지인들도 기자가 쓴 금융 기사가 어렵다고 투덜댄다. 기사는 빠르게 소비할 수 있어야 하지만 항상 단어가 턱턱 걸린다. 새로운 금융기사를 접할 때마다 새로운 단어가 쏟아진다. 근원물가니 외국환은행이니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발행되는 자산담보부증권(P-CBO)이니 매번 주제도 새롭다.
기자 또한 기사를 쓸 때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도 읽을 수 있게 쉽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금융 기사에서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금융 기사도 다른 분야의 기사와 마찬가지로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기자는 독자가 정보를 잘 소화할 수 있게 도울 의무를 갖는다.
결국 어느 정도의 객관성을 담보하며 금융에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양측을 만족시키는 균형 맞추기는 어려운 일이다.
업계 용어를 기사에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전문 용어가 주는 명료함과 정확성, 간결함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 정확한 용어를 쓰되, 문장은 부드럽게 풀어 쓰는 것이 한 방법이다. 내용이 어려운데 문체까지 딱딱하면 독자는 읽기를 포기한다.
일반 독자가 많지 않더라도 쉽게 풀어 쓰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다만 내용을 풀다가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금융을 잘 설명하려면 기자가 금융 분야에 관한 지식을 쌓는 것이 우선이다.
기사의 흥미도 높여야 한다. 금융은 기본이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조 원이 오가는 분야지만, 흥미를 느끼기 쉽지 않다. 하물며 5000원으로 복권을 사도 일주일 내내 가슴이 뛰는데 그런 것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기사의 정확성과 중립성을 지키면서도 현실의 상황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금감원도 금융 교육이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금융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며 온라인 금융 강의까지 제공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고등학생도 선택과목으로 ‘금융과 경제생활’을 배울 수 있게 된다. 기자 역시 금융 정보를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할 책임을 갖고 있다.
결국 어느 쪽이든 노력은 기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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