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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하며 사실상 수의계약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일부 대지에 현대건설과 옛 현대그룹 계열사 명의 지분이 남아 있는 사실이 드러나 법적·행정적 정리가 불가피하다. 수의계약이 성사되더라도 지분 문제 해결 여부가 사업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은 1982년 준공된 신현대(9·11·12차) 1924가구를 최고 65층, 2571가구로 재탄생시키는 초대형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3.3㎡당 1150만 원, 전체 규모는 약 2조7488억 원에 달한다.
조합은 20일 현장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현대건설만 참여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 뒤 내달 27일 총회를 거쳐 최종 시공사로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입찰은 단독 참여로 재공고가 불가피하지만 두 차례 연속 유찰 시 법적으로 수의계약이 가능해 현대건설의 수주가 유력하다. 이 사업은 서울 정비사업 중 최대어로 꼽히며 당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맞대결이 예상됐지만 삼성물산이 입찰 공고 조건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단독 입찰 구도가 형성됐다.
순조로워 보이는 수주전 뒤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최근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압구정2구역 일부 대지에 현대건설과 옛 현대그룹 계열사인 한국도시개발, 금강개발산업 명의의 지분이 남아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토지는 압구정동 426, 433, 433-1, 434번지 등 4개 필지다. 총 15만6406㎡ 중 현대건설이 302㎡, 한국도시개발이 1200㎡, 금강개발산업이 967㎡를 소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전문가들은 1970년대 압구정 개발 당시 분양자에게 소유권 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전산화 이전 행정 오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국도시개발과 금강개발산업은 각각 HDC현대산업개발, 현대백화점의 전신이다. 당시 개발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이다. 이웃한 압구정3구역에서도 유사한 지분 문제가 확인된 바 있다.
문제는 이 지분이 조합으로 편입되지 않으면 재건축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비사업에서는 대지와 건물 지분 확정이 수분양자 선정 등 후속 절차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지분을 조합에 편입해야 하는 건 맞지만 현재 해결 시기가 도래하지 않아 구체적 언급은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소송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등기 경정 등 행정절차로 바로잡을 수도 있지만 과거 내력을 추적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들이 배임 리스크를 피하려면 법적 절차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LH가 과거 개발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공유지 소유권 문제로 소송이 벌어진 사례가 있다. 래미안원베일리 재건축 과정에서도 조합이 서울시를 상대로 토지 소유권 이전 소송을 벌여 승소한 전례가 있다.
현대건설은 이번 지분 문제 해결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적·행정적 절차가 길어질 경우 사업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합과 건설사가 협력해 신속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의계약까지는 무난히 갈 수 있지만 사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토지 지분 불씨를 조기에 정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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