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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p인하했다. 하지만 회의에서 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린 만큼 12월 추가인하 여부는 불확실하다.
연준은 29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4.00~4.25%에서 3.75~4.00%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 차례 인하에 이어 한 달 만에 2회 연속 0.25%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들어서는 두 번째 금리 인하다.
지난해 금리는 최고 5.40%까지 올랐다. 이후 연준은 지난해 마지막 세 차례 회의에서 총 1%p 인하했다. 연준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고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한동안 금리를 동결했으나 지난달 고용 둔화 조짐이 나타나자 금리를 0.25%p 인하하며 동결 기조를 종료했다. 이번 금리 인하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이번 금리 인하 배경으로 고용 증가세 둔화,실업률 상승 등을 거론했다. 연준은 FOMC발표문에서 “올해 들어 고용 증가세는 둔화했으며 실업률은 다소 상승했지만 8월까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인플레이션은 올해 초보다 상승했으며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연준 위원들은 그동안 관세 부과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에 좀 더 비중을 뒀다가 9월 들어 고용악화 위험 쪽에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조정했고 이번 금리 인하의 근거가 됐다.
애초 금리 인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론이었다. 연말까지 남은 10월과 12월 두 차례 회의에서 모두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연준이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를 3.6%로 제시하면서 추가 인하 가능성에 힘이 실렸고 시장은 이번 결정을 예견된 수순으로 받아들이며 12월 회의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위원 간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는 점이다. 이번 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FOMC 위원 중 10명이 0.25%p 인하에 찬성했다. 2명만이 반대 의견을 제시해 표수는 차이가 컸지만 두 반대표가 동결과 빅컷(0.50%p 대폭 인하)으로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이번 회의에서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총재는 동결을 주장한 반면 ‘트럼프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빅컷을 요구했다. 마이런 신임 이사는 이전 회의에서도 0.50%p 인하를 주장해왔고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통한다. 파월 연준 의장은 사실 의견 차는 12월 금리 인하를 두고 갈린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커지고 있다면서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다” 라고 강조한 뒤 “그것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라고 덧붙였다.
원론적 입장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을 시장에서는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받아들였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12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0.25p 이상 인하할 확률을 하루 전 91%에서 66%로 낮춰 반영했다. 연준은 추가되는 경제 지표 등 데이터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 두 목표를 금리 결정 기준으로 삼는데 고용시장 악화보다 물가 상승의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기준금리 인하를 미룰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여야 대치로 셧다운(10월1일부터 시작)이 길어져 향후 판단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산출하는 공식 경제 지표 확보가 지연되고 있어 연준은 고용과 물가의 데이터가 부재해 정책 판단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셧다운 개시 이후 경제통계 산출 관련 업무를 중단했고, 예외적으로 24일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만 당초 일정보다 10여일 지연해 발표한 바 있다. 고용지표는 지난달 5일 발표된 8월 비농업 고용지표 이후 신규 지표가 나오지 않고 있다.
금리 인하 발표와 함께 연준은 12월1일부로 양적 긴축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아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으로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해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 완화(QE)의 반대 개념이다.
최근 단기 유동성 부족 조짐이 나타나자 이에 대응한 조치로 풀이된다. 연준은 2022년 6월부터 코로나19 기간(2020~2022년) 중 시행된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해 긴축을 재개했으며 이제 긴축 효과가 충분히 나타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양적 긴축이 종료되면 시중 유동성이 완화되면서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준은 만기가 도래한 주택저당증권(MBS)에서 회수된 자금을 미 재무부의 단기국채에 재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금리 인하로 한국은 미국과 금리 격차가 1.50%p줄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이 증가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걱정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인해 향후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율이 떨어지면 한은은 금리 인하를 주저할 요인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런 긍정적인 요인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1월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전까지 부동산에 큰 변화가 없다면 11월 금리 인하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 총재는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은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분명히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23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융통화위원회는 3연속 동결을 선택했다.
한국은행은 30일 미 FOMC 결과 관련 회의에서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되었으나 미·중 무역협상 관련 불확실성이나 주요국 재정건전성 우려 등 대외리스크 요인이 산적해 있는 만큼 경계감을 가지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나가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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