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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건강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일반의약품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제도는 멈췄고 시장은 외면하고 있으며 소비자는 선택권조차 제한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5일 국회에서 열린 ‘일반의약품(OTC) 활성화 포럼’에서는 OTC 시장의 역설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전문의약품의 일반약 전환·활성화 △표준제조기준(SMC) 확대 △약국 중심의 복약지도 강화 △OTC 세제 혜택 도입 등을 촉구했다.
발제를 맡은 이동한 건강소비자연대 부총재는 “일반의약품은 소비자에게 가장 가까운 의약품이지만 오히려 제도와 시장 모두에서 외면받고 있다”며 “특히 2012년 이후 전문의약품의 일반약 전환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반의약품 품목 수는 2013년 5841개에서 2023년 4873개로 줄었다. 전체 제약시장이 7배 넘게 성장한 반면 OTC 비중은 14.9%에서 12.9%로 감소한 것이다.
소비자 접근성이 제한되면서 선택권이 줄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토론에 참여한 이충우 숙명여대 교수는 “약국 중심의 일반의약품 복약지도를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약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며 “특히 디지털 플랫폼인 ‘굿팜’과 같은 정보 앱을 국민들이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규 대한약사회 약국 이사는 OTC 시장이 침체된 근본적 원인으로 “낮은 수익성과 까다로운 허가 구조, 광고 제한 등의 규제가 제약사의 진입을 막고 있다”며 “OTC 전담 기구 신설과 규제 합리화 없이는 시장이 회복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장재원 유유제약 본부장은 “과학적 근거 기반의 고품질 OTC 제품에 대해서는 차별화된 광고 기회를 부여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약제제처럼 성분 분석이 복합적인 의약품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관점에서도 제도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자영 의료소비자연대 교수는 “일반의약품은 단순한 판매 제품이 아니라 국민의 자가 건강관리 권리를 뒷받침하는 공공재”라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갖춘 약을 충분히 공급하고 동네약국을 기반으로 접근성을 보장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영수·이범진 건강소비자연대 공동대표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진통제와 소화제 외엔 살 수 있는 약이 거의 없다고 느낀다”며 “정보 비대칭 속에서 건강기능식품은 과장광고가 성행하고 정작 일반의약품은 판매·광고 모두에 족쇄가 채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의 좌장을 맡은 이의경 한국에프디시규제과학회 회장(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일반의약품은 건강 불안이 커지는 시기에 국민에게 가장 빠르고 안전한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복약지도, 정보 제공, 품목 확대가 연계되어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제는 방치가 아니라 전환 시점”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규제 완화가 아닌 합리적 규제 재설계, 수익 추구가 아닌 공공성과 시장성의 균형, 선택 제한이 아닌 소비자 권리 보장을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개호,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구촌보건복지 공동 주최로 열렸다. 대한약사회, 건강소비자연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소비자단체연합 등 관련 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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