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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이 발발한 지 75년 만에 한 호국영웅이 마침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05년 3월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도음산 정상에서 발굴된 국군 8사단 10연대 소속의 고(故) 양이한 일병의 신원을 공식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양이한 일병은 1931년 경남 김해군(현 김해시)에서 태어나 1950년 7월 육군 제1훈련소(대구)에 입대했으며, 두 달 뒤 포항 전투에 참전했다가 19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그의 유해는 발굴된 지 20년 만에야 신원이 밝혀졌고, 전사한 지로부터는 무려 75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양 일병의 유해는 2005년 도음산 정상에서 발굴됐지만, 긴 세월 동안 이름 없는 전사자로 남아 있었다.
국유단 탐문팀은 병적부와 전사자 명부를 분석해 유가족의 본적지를 추적했고, 2021년 10월 탐문관 권순호 씨(8급)가 유가족 자택을 방문해 딸 양종금 씨(78세) 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면서 연결고리가 완성됐다. 국유단의 유전자 대조 결과, 발굴 유해는 양이한 일병과 일치했다.
양종금 씨는 “국유단에서 시료를 채취하러 왔을 때 ‘설마 찾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아버지 유해를 찾았다고 하니 꿈만 같다”며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지만, 이제야 마음 한켠이 놓인다”고 말했다.
양 일병이 산화한 포항 전투(1950.8.9~9.22)는 낙동강 동부전선에서 전세를 뒤집은 결정적 전투였다.
국군 제3사단(22·23·26연대)을 주축으로 제7사단(3연대), 제8사단(10연대)이 함께 투입돼 안강·경주 일대에서 부산 진격을 시도하던 북한군 제2군단(5·12사단)의 공세를 저지했다. 이 전투에서 국군은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5일 부산 기장군의 양종금 씨 자택에서 조용히 열렸다.
조해학 국유단장 직무대리(육군 중령)는 유가족에게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호국영웅 귀환패’ 및 유품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 을 전달했다. 조 중령은 “한 분이라도 더 가족의 품으로 모시기 위해 오늘도 전국을 누비고 있다”며 “남은 전사자들 모두 이름을 되찾는 날까지 유해발굴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2000년 4월 시작된 유해발굴사업 이후, 신원이 확인돼 가족 품으로 돌아간 전사자는 양 일병을 포함해 총 262명에 이른다. 국유단은 6·25전쟁 전사자의 유가족이 친·외가 8촌 이내라면 전국 어느 보훈병원·보건소에서도 무료로 유전자 시료채취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해와 유전자 정보가 일치해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국유단 관계자는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고령화로 시간이 많지 않다”며 “오늘도 ‘당신(YOU)도 유(遺)가족일 수 있습니다’라는 마음으로 한 분 한 분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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