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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이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전략 계열사로 자리 잡은 구조적 기반 위에서 K2 전차가 중남미 시장에 최초로 진출하는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며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의 도약에 한 발 더 다가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현대자동차가 33.77%의 지분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지배 자회사다. 이 연결 구조는 단순한 지분투자가 아니라 1999년 정부의 중복투자 구조조정에서 시작된 산업 재편의 결과다. 당시 대우종합기계·한진중공업·현대정공(현대모비스)의 철도차량 사업부가 통합되며 현대로템의 모태가 형성됐고, 이후 현대모비스가 보유하던 지분을 현대자동차가 인수하면서 현대차가 실질적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02~2006년에는 현대모비스가 보유하던 방산·플랜트 사업부문까지 로템으로 이관되면서 로템은 철도·방산·산업설비를 아우르는 종합 제조기업으로 재편됐다. 2007년 사명을 ‘현대로템’으로 바꾼 것도 이 같은 전략적 변화의 연장선이었다.
현대로템 매출은 2024년 기준 54%는 방산, 34%는 철도, 12%는 플랜트·환경설비가 차지한다. 최근 K방산 수요 확대에 따라 실적도 급격히 개선돼, 2024년 매출 4조3000억 원·영업이익 4683억 원을 기록하며 그룹 내 입지가 더욱 공고해졌다.
이 같은 구조적 성장 기반으로 현대로템은 중남미에서 역대 최대 규모 지상전력 사업을 따낼 전망이다. 페루 정부가 K2 전차 54대와 차륜형 장갑차 141대 등 총 195대 도입을 위한 총괄합의서(Framework Agreement)를 현대로템과 체결했다. 중남미에서 이 정도 규모의 전차·장갑차 패키지 계약이 추진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
이번 합의는 한국 방산업체와 페루 국영 방산기업의 공동 생산·공급 체계 구축을 조건으로 내년 6월까지 이행계약 체결을 목표로 세부 조율이 진행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도입 물량은 명확하게 합의됐고, 위약 벌칙이 없는 사전적 합의 형식이라 본계약 체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서명식은 페루 대통령 주관으로 열렸으며 한국 측에서는 방위사업청장이 참석했다. 정부는 기술 이전·절차 협력 등 후속 협의를 현대로템과 함께 병행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지상장비 합의가 양국의 국방·방산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페루가 전력 강화와 산업 발전의 파트너로 K방산을 선택한 만큼 상생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산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방산 분야를 책임지는 현대로템이 유럽에 이어 중남미 시장까지 열어젖히며 현대차·현대로템으로 이어지는 그룹의 글로벌 전략 축에도 새로운 동력이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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