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형의 만사만감(萬事萬感)] 파리올림픽조직위에 분통 터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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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8-09 06:31:20

개막식에서 보트를 타고 센강을 따라 입장하는 각국 선수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2024파리올림픽은 지구촌 사람들의 화합의 무대이면서 동시에 각국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람을 화나게 한 것은 올림픽조직위원회의 잇따른 실수이다. 개회식에서 우리나라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소개한 것이다. 이 중대한 실수에 대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로 사과했다.

그러나 연이어 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각국 대표단을 소개하면서 한국 선수들의 뒷모습과 흐릿한 태극기가 나왔고,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오상욱 선수의 영문 이름이 ‘Oh sangku(오상구)’로 나왔다. 이에 대해 한국 국민은 열이 치받았다. 종목별 메달 수가 실체로 드러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각 나라 국민의 애국심 경쟁의 현장이기도 하다.

나라 사랑의 근원은 무엇일까. 먼저 일반적인 사랑의 근원을 생각해 본다. 사랑의 시발점은 엄마와 아기의 유대다. 그 유대감은 엄마가 아기를 뱃속에 품고 있을 때 이미 시작된다. 아기는 엄마의 유전자를 가지고 자라나면서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와 감정 상태를 느낀다. 시간이 지나면 엄마 또한 아기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한자에서 몸 또는 자신을 뜻하는 글자는 ‘身(몸 신)’인데 그 모습은 아기를 품어 배가 나온 엄마다. 사람의 몸을 뜻하는 글자를 왜 임산부의 이미지로 만들었을까. 이는 인간이 고립되어 있지 않고 서로 공감하고 아끼는 존재임을 상징한다. 유전자를 공유하는 아기와 엄마는 함께 숨 쉬고 먹고 배설한다. 이 운명공동체의 공감은 아기가 엄마로부터 분리되어 세상에 나와도 긴밀하게 유지된다.

심리학자 서티(Ian Dishart Suttie·1889~1935)는 ‘사랑과 증오의 근원(The Origins of Love and Hate)’이라는 책을 통해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주면 아기는 엄마에게 입을 주고, 엄마가 미소를 주면 아기도 미소를 주고, 엄마가 아기를 얼러 주면 아기는 재롱을 준다고 했다. 아기와 엄마는 이처럼 대등하게 사랑을 주고받는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에 ‘자식은 3살 때까지 평생 효도를 다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중국 주(周)나라 때의 노래자(老萊子)라는 이는 70살에 색동옷을 입고 어머니께 재롱을 부려 효도했다고 한다.

아기의 심리 상태에 집중한 서티의 이러한 분석은 ‘부모애(parenthood)’의 이타적 사랑이 그 대상인 아기는 물론이고 모든 인간에게 향하는 본유의 사랑이라는 놀라운 결론으로 향한다. 아기는 부모애의 배아(germ)를 갖고서 이 부모애 속에서 주고 응답하려는 충동을 가지고 생명으로 깨어난다. 아기의 이 충동은 돌봄과 인정을 받는 것뿐 아니라 자유롭게 우애(fellowship)를 주고받으려는 동기를 불러온다. 엄마의 사랑이 모정이고 아기의 사랑도 ‘부모애의 배아’에 기초한 모정이라면, 아버지의 사랑도 모정에 기초하고 결국 모든 사랑의 진면목은 모정이다.

심리학자 맥두걸(William McDougall·1871~1938)도 ‘부모 본능(parental instinct)’에 관해 유사한 주장을 했다. 우리는 종종 아이가 엄마와의 관계를 잘 이용한다고 하면서 엄마의 ‘희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이의 시각에서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균형 잡힌 ‘공생’이다. 주려는 욕구는 얻으려는 욕구처럼 필수적이며, 우리의 선물인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느낌은 타인의 사랑을 얻을 수 없다고 느끼는 것만큼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맥두걸은 인간 문명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성들 중 하나인 사랑의 거대한 확장도 이 본유적 부모 본능의 힘이 증폭됨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는 이 부모 본능의 효과가 가장 분명하게 나타난 것들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았다. 인도주의적 전쟁 규제·빈자와 곤궁한 자의 구제·의료 행위·자선 분배 기구와 잔학행위 방지 기구들의 증가·각종 물질적 자원의 기부 등이다. 맥두걸은 근대 민주주의의 출현과 확산조차 부모애의 확대로 해석했다.

국가 또한 부모애에 기초한다. 한자로 국가는 나라(國)와 가정(家)의 합성어이다. 개개의 가정이 모이고 모이면 나라가 된다. 가정은 부모자식 사이의 사랑이 바탕에 자리하고 거기엔 먹임과 돌봄과 보호와 믿음이 있다. 자녀는 부모에 대한 신뢰와 의지와 사랑으로 커 나간다. 그러한 가정이 모인 나라 또한 동일한 기초와 원리에 의해 운용된다. 대한민국은 커다란 가정이란 울타리이고 우리는 그 대한민국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홀대한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의 실수에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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