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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과 함께 ‘러스트벨트’(오대호 연안 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 3곳에서 릴레이 선거운동을 펼쳤다. 공화당 내 비(非)트럼프 세력과 무당파 유권자 등 부동층 공략을 위해서다. 공화당 조지 부시 전 대통령·딕 체니 전 부통령 일가 중 가장 두드러진 트럼프 비판자가 체니 전 의원이다. 트럼프는 이들을 ‘이름만 공화당’(RINO)으로 불러 왔다.
해리스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말번·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에서 체니와 함께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유권자들과 편하게 질의 응답하는 토크쇼의 일종이다. 저녁 위스콘신주 브룩필드에서도 같은 행사가 예정돼 있다. 두 사람은 이날 행사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를 거칠게 공격하면서 그의 대통령직 부적합 이유를 적극 부각시켰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미국 사회와 민주주의의 위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해 우리를 비하하고 분열시켰다”며 “취임 첫날부터 독재자가 되겠다, (자신을 기소한) 법무부를 (거꾸로) 무기화 하겠다고 한다. 정적을 처벌하지 않는 게 우리 민주주의의 원칙 중 하나”라며 자주 거론해 온 내용을 되풀이했다.
체니는 트럼프를 향해 “2021년 1월6일 지지자 폭도들이 의사당을 공격할 때 말리지 않은 책임”을 지적한 뒤 “그건 타락한 행동이었다”면서 “그는 그날 일이 잊히도록 하고자 모든 일을 한다. 그런 불안정성, 불규칙한 의사결정 수준, 여성혐오를 생각하면 백악관 권력을 맡길 수 없는 인물”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도 맹비난이 쏟아졌다. 해리스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를 일깨웠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것이다. 주권을 침해한 침략자에 맞서 싸우는 것을 포기하게 만들 것”이라고 하자 체니가 “그는 세계에서 가장 사악한 사람들을 칭찬하며 국내 정치적 반대자들을 독설로 공격한다”고 거들었다.
또한 민주당과 공화당이 극단으로 갈라진 대립 관계가 아닌 ‘건강한 양당 체제’여야 한다는 점에 의기투합했다. 미국 민주주의의 양대 축인 민주당과 공화당의 관계를 두고 해리스가 “사실에 근거한 이슈을 두고 격렬하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자 체니는 “(그런 모습을) 상상해보라”며 화답한 후 공화당원 반란표 내지 기권을 종용하기도 했다. “당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다. 진정 걱정된다면 의견 표명하지 않아도 된다. 11월5일(투표일) 수백만 명 공화당원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산적한 국내외 문제로 수세에 몰린 민주당과 해리스지만 낙태권 이슈만은 우위에 있다. 해리스가 낙태권 대신 생식권 표현을 쓰며 열성적 지지를 표해 왔다. 기독교 국가로 출발한 미국에서 매번 첨예한 선거 이슈가 되는 분야다. 1973년 낙태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판결이 2022년 6월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서 뒤집어진 이래 더욱 격렬한 정치 쟁점으로 화했다.
낙태권을 각 주가 알아서 판단하게 되면서 금지된 주에 사는 경우 낙태를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며 저소득층인 경우엔 인권적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미국에선 지난 수십년 보수 기독교인들 외엔 낙태권에 온정적인 쪽으로 변해 왔다. 생명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에 관한 철학적 태도의 문제지만 개개인 여성에겐 인생과 생사가 걸린 사안이기도 하다.
임신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란 저마다 너무나 다양해 낙태 절대 반대를 내세웠다간 표를 잃기 쉽다. 이 부분에 한해서 트럼프마저 그간 입장이 모호하거나 오락가락했다. 따라서 최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회고록에서 낙태권 지지를 밝힌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본인의 진심과 무관하게 트럼프 지지층을 넗힐 선거공학적 효과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정부가 내년부터 약국에서 판매하는 콘돔·사후피임약 등을 의료보험 보장 대상에 넣었다. 사실상 무료 이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21일 건강보험개혁법(ACA·일명 오바마케어)에 따라 보험사의 예방 치료 서비스 보장 내용을 확대한 연방 의무 관련 규칙 변경안이 공개됐다.
새 규칙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아무나 구매할 수 있는 피임 관련 약 등도 보험 적용 대상에 추가하도록 했다. 여기엔 ‘플랜B’ 등 사후 피임약, 오필 등 경구용 피임약, 콘돔 등이 포함된다. 보험사들은 의사가 처방전을 써 준 경우에만 피임 관련 비용을 부담해 왔으나, ACA가 이를 예방서비스 차원에서 민간 보험사 부담을 의무화한 것이다.
제니퍼 클라인 백악관 젠더정책위원회 국장이 “이 규칙 시행으로 민간 보험에 가입한 5200만 명의 가임 여성에 대한 피임 관련 보장이 확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의료보험 보장 확대는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나왔다. 일부 주에서 시행 중인 초강경 낙태금지법을 “트럼프 낙태금지법”으로 부르며 대선 쟁점화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모양새다.
해리스는 성명을 내고 “우리 행정부가 10여 년 만에 최대로 피임 관련 보험 적용을 넓혔다”며 “저렴한 피임 관련 선택지를 더 많이 제공함으로써 생식의 자유(출산 관련해 여성이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보호하려는 정부의 노력”임을 내세웠다. 또 “우리가 의료서비스 보호·확대를 위해 싸우는 동안 극단주의 리더들이 전 분야에서 생식의 자유를 공격했다. 공화당은 피임권 법안이나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 접근 보장을 지속 거부하며 전국적 낙태금지법을 제시해 왔다”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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