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 간부처우 ‘말’뿐인 尹정부… 내년 예산 동결·퇴보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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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국방위 한기호의원실 ‘2025년 군 간부처우 개선 정부 예산 조정안’

16개 항목 중 국방부 요구안 수용 ‘0건’ 시간 외 근무 수당 한 건만 ‘증액’
15개 항목 동결 혹은 감액 “국방부·기재부·국회 적극 조정 하고 있는 단계”
“‘낮은 처우’ 꼽히는 ‘당직비’ ‘훈련급식비’ 요구안 수용 필요해”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06 16:41:28

▲ 군 간부 처우 개선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정부 당국에서 이의 적극 시정 노력을 25년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디자인=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이데일리

우리 군 ‘창끝 전투력’의 원동력 격인 장교와 준·부사관이 열악한 근무 환경에 낮은 처우로 대거 전역하면서 초비상이 걸린 가운데 내년 예산이 동결 또는 퇴보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이른바 ‘허리 무너지는군(軍)’이라는 힐난섞인 신조어가 군 안팎에서 확산되며 전비 태세의 근간을 허물고 있지만 정부가 공수표만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뼈 있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스카이데일리가 국회 국방위원회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받은 ‘2025년도 군 간부 처우 개선을 위한 정부예산 조정안’에 따르면 2025년도 군 간부 복무 여건 관련 정부 예산안 16개 항목 중 국방부 요구안을 충족한 항목이 단 한 건도 없는 데다 일부 항목은 오히려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항목 중 시간 외 근무수당 상한 시간 확대(605억 원·국방부 요구안 7127억 원 대비 정부안 7074억 원·24년 예산 6469억 원)를 제외한 15개 항목이 전년 대비 ‘동결’되거나 되레 ‘감액’ 됐다. 감액된 항목은 △전투기 조종사 수당 7억 원 △수상함 승조원 함정 근무 수당 1억 원 △주택 수당 0원 △간부 훈련 급식비 9억 원 △단기 복무 장려 수당 131억 원이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조정안일 뿐 최종안은 아니다”라면서도 “국회와 기획재정부·국방부가 계속 협의하고 조정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간부 ‘당직근무비’의 경우 현행 평일 2만 원·휴일 4만 원에서 타 부처와 형평성을 고려 3만 원·6만 원으로 인상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관 5년 차 미만 초급간부에도 ‘이사 화물비’를 지급하거나 간부들에게 관사 입주시 청소비 및 도배 비용 등을 지원하는 ‘주거환경 개선비’도 반영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군 초급간부 처우개선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간부 훈련급식비와 당직 근무비는 기재부에 요구안을 수용해달라 가장 적극 조정 노력을 하는 항목”이라며 “재원 부족으로 조정에 난항이 있지만, 급식비는 간부 사비 지출이 이뤄지지 않게 당직비는 일반 공무원 수준에 맞추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 2025년도 군 간부 복무 여건 예산 조정안에 따르면 군 간부들의 처우 및 복무 여건 개선을 위한 예산이 감액되거나 동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낮은 처우의 주요 불만 사항으로 꼽혔던 '당직 근무비'와 '간부훈련급식비'는 동결되거나 되레 감액됐다. [그래픽=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이데일리] 자료=한기호의원실

기재부는 간부 근무 환경 개선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는 태도다. 기재부 관계자는 “군인 수당 개선·주거지원 등 초급간부 복무 여건 개선을 국정과제로 선정하여 적극 추진 중이며 근 단기 복무장려금과 당직비·주택수당을 현 정부 들어 2배 인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GP·GOP·함정 등 24시간 경계·작전부대에 근무하는 초급간부에 대한 시간외수당의 상한도 대 확대했다”며 “25년 초급간부 추가 처우개선을 위해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보수·수당 규정을 개정해 위관급 장교와 부사관의 봉급 추가 인상 및 각종 수당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지난해 9000여 명 중간 간부 군 떠나

초급 간부 수급 빨간불

설상 가상 장교급도 조기전역 신청

병사들의 월급 인상·낮은 처우 문제

중·소위와 중·하사로 대표되는 초급간부는 야전 전투력을 책임지는 핵심 전력의 근간으로 불린다. 지난해 군을 떠난 5년 이상 경력의 간부가 사단급 인력에 버금가는 9000명을 넘어서며 ‘군 간부 처우 개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대한 장교 및 준·부사관은 9481명으로 이들 중 5~10년 경력의 중기 복무 간부 장교의 4061명이 군을 떠났다. 이는 직전년도(2999명) 대비 35.4% 증가한 것이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2024년 육군에서 전역한 총부사관 인원은 3170명인데 반해 신규로 임관한 부사관(하사)은 1280명에 그쳐 군 간부 수급 위기가 현실화했다.

중도 전역을 신청한 육군의 중사 및 상사 계급 인원도 △2021년·658명 △2022년·895명 △2023년·1275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중도 이탈 현상은 부사관뿐만 아니라 장교 계층에서도 마찬가지인데, 10년 장기 복무자로 분류되는 사관학교 출신 대위 장교들의 5년 차 중도 전역 지원자 수를 보면, 육사·해사·공사 별 각각 전년도 대비 올해 1.9배(29명→56명)·2.2배(13명→29명)·3.8배(6명→23명) 증가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관련 자료를 보면 이들이 군을 떠나는 이유는 대체로 △열악한 처우 △낮은 급여 △병사 200만원 월급 시대 소위·하사 월급 역전시대에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요약된다.

군 유튜버 코리아 세진(본명 김세진·예비역 육군 소령)은 본지에 “군 간부들이 대거 이탈해서 최전방부대들마저 기초적인 부대 관리에 장비 보수·정비·훈련조차 허덕이며 악화일로인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가 빠지면 임플란트로 복구할 수 있지만 잇몸이 녹아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내년 예산안에 간부 처우·복무 여건 개선 사항이 제발 대거 반영돼야 한다”고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