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사리는 시진핑… 썰렁한 APEC에서 바이든 만나 트럼프에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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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만난 미·중 정상… 지난 4년 자화자찬
“독재자·악당” 독설보다 무서운 “관세 맨”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17 19:44:24

▲ 16일 오후(현지시간)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조 바이든과 1년 만의 대면인 이 자리를 빌어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발신했다. 연합뉴스

▲ 2019년 6월29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과의 평화공존 목표 불변’ 메시지를 내놨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16일 오후(현지시간)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양자 회담에서 “양국관계의 안정적인 건강·지속가능한 발전에 힘쓴다는 중국의 목표, 상호존중·평화공존·호혜협력에 의거해 중·미 관계를 처리한다는 원칙엔 변함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초당적 합의 사안인 중국견제엔 방법론 차이가 있을 뿐이다. 중국을 향해 독설을 날리며 동맹·파트너국들과 협력해 중국 숨통을 조여 온 조 바이든 대통령, 반면 “친구라고까진 못해도 잘 지낸다” 등 외교적·협상적 언어를 구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중국에게 어느 쪽이 더 힘들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바이든이 2개월 후 퇴임할 예정이라 다분히 김빠진 APEC였으나 중국 측 어조에 미묘하면서도 큰 변화가 감지돼 주목할 만하다. 작년 7월 시 주석을 “악당”으로 칭한 바이든이 4개월 후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찰풍선 문제로 불편한 미·중 정상회담을 가진 다음 지지자들 모임에서 시 주석을 “독재자”로 불러 “(해당 발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 등 강력한 중국 측 반발을 산 바 있다.

1년 만의 이번 정상회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미국 정부와 계속 대화 유지·협력 확장·이견 관리를 할 용의” “중·미 관계의 평온한 이행(過渡·transition)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양국 인민을 이롭게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를 향한 화해 제스처로 읽힌다. 다만 ‘한계 없는 전쟁(超限戰)’을 선언하고 패권에 도전해 온 중국 측 언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중·미 관계가 부침을 겪었지만 우리 두 사람 지도로 성과 있는 대화·협력도 전개해 총체적인 안정을 이뤄냈다“등 지난 4년에 대한 시 주석 자평도 이어졌다. 그는 또 “양국이 파트너·친구가 돼 구동존이(求同存異·일치를 추구하되 다름을 인정)하며 피차 성취를 이룬다면 관계는 장족의 발전을 얻게 될 것” “상대방을 라이벌·적 삼아 악성 경쟁을 해 서로 상처를 입히면 중·미 관계가 곡절을 겪거나 심지어 퇴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커플링(decoupling 제조·공급망 배제)이 중국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아울러 그에 대한 초조한 속내 역시 드러났다. “지금 세계는 혼란·불안하다. 충돌이 빈번하며 인류는 새 문제와 오랜 문제가 얽힌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강대국 경쟁이 이 시대의 기초 논리여선 안 되며 단결·협력이어야만 극복할 수 있다”는 말에 이어진 언급이 특히 그렇다.

시 주석은 “(그러므로) 새로운 과학·기술혁명과 산업혁명이 한창인 때 디커플링은 해결책이 아니며 호혜 협력이야말로 공동 발전을 가능케 할 것”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중국 등 위험국으로의 첨단기술 유입을 차단하는 정책)란 강대국이 추구해야 할 바가 아니며 개방과 공동 향유야말로 인류를 이롭게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세계의 두 강대국인 중국·미국이 마땅히 세상의 이로움을 고려해 혼란스러운 세계에 확실성과 긍정적 에너지를 더 많이 불어넣어야 한다”며 “양국 인민의 행복과 국제사회의 공동이익에서 출발해 현명한 선택을 함으로써 두 강대국이 올바르게 공존할 길을 계속 모색해 장기간 평화공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의 최근 발언을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미 대선 3주 전인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논설위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시 주석과 피차 잘 아는 사이라며 자신의 재임 중엔 우크라이나·타이완 침공 같은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한 “중국이 타이완을 봉쇄할 경우 군사력을 쓰겠느냐” 질문엔 “군사력을 쓸 필요 없을 것이다. 시진핑은 나를 존중하며 내가 완전히 미친 놈이라는 것을 안다”고 대꾸했다. 심지어 “믿음·사랑 외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로 ‘관세’를 꼽았다.

트럼프는 1기 재임 당시부터 ‘관세 맨’을 자처했다. 2018년 12월 미국 시장에 대한 각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비판하며 “우리나라의 막대한 부(富)를 노략하려 든다면 톡톡히 값을 지불하게 하겠다”고 소셜미디어 트위터(현 X)에 썼다. 대선 공약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중국산에 60%까지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했으며 경우에 따라 최고 “200% 관세”를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으로선 재앙적 상황이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