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명운 가른 ‘9초 영상’ ‘겁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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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문기 유족 제출 9초 영상 결정적 역할
민주당 사법부 겁박 논란도 판결 영향 미친 듯
與 “순수 사법적 판단… 李 대표직 사퇴해야”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17 14:00:01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배경엔 ‘9초 동영상’ 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법부를 ‘겁박’하는 듯한 민주당 태도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당에서는 “이 대표는 사퇴만이 살 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자신의 SNS에서 “이 대표가 사법부의 준엄한 판결에 반성하고 당대표직에서 사퇴하는 것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드렸음에도 음주·역주행을 선택한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판결에 불복하고 거리로 나서는 모습은 민주당의 정치적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이 선고되고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재판부가 심리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씨를 몰랐다고 주장한 점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국토교통부 압박 때문이라고 주장한 점 등 허위사실 공표 혐의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22일 SBS에서 김씨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133쪽의 판결문 ‘증거의 요지’란에는 김씨 관련 동영상이 포함됐다. 동영상은 김씨 유족 측이 제출한 ‘딸에게 보내는 동영상’과 ‘오클랜드 스카이타워 식사 동영상’ 등이었다. 동영상 중 전자는 2015년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와 시 공무원 등이 함께 간 호주·뉴질랜드 출장에서 김씨가 딸에게 영상편지 형식으로 보낸 것이다. 9초짜리 영상에서 김씨는 “오늘 ‘시장님’하고 본부장님하고 골프까지 쳤다. 오늘 너무 재미있었고 좋은 시간이었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해외출장 일행 중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은 김문기와 유동규뿐이었고 공식 일정에서 벗어나 피고인과 함께 골프를 친 사람도 김문기·유동규뿐”이라며 “함께 해외 골프를 친 행위는 기억에 남을 만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백현동 관련 이 대표 허위 발언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을 두고 ‘국토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에 응한 것’이란 취지로 주장했다.

이 대표 1심 선고 원인으로는 사법부를 ‘겁박’하는 듯한 민주당 태도도 지목된다. 민주당은 그간 100만 명이 넘은 이 대표 무죄 촉구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결의대회도 열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은 판사 탄핵 서명 운동에도 나섰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법관 출신 주제에’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사법부 비판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1심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항소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의 장외 집회에선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민주당이) 다수 힘으로 국회를 난장판 만들고 극성 지지자 동원해 판사 겁박에 전력을 다했는데 받아든 성적은 최악이었다. (1심 판결은) 일말의 정치적 고려도 없는 순수 사법적 판단”이라고 일갈했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