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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구당을 없애면 누가 더 손해 볼까
좌파 세력은 우파 정당의 조직 기반을 없애기 위해 지구당 폐지를 주장했다. 지구당이 금권 선거·부패 정치의 온상이라는 등 논리를 들이대자 우파 정당은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수용했다.
우파 정당과 좌파 정당이 함께 지구당을 없애면 누가 더 큰 손해를 볼까. 당연히 우파 정당이 치명타를 입는다. 좌파 정당은 당 외곽에 우호적인 단체가 즐비하다. 그러나 우파 정당의 강력한 조직력은 지구당 하나뿐, 협조적인 우파 단체가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당의 팔다리인 지구당 조직을 폐지함으로써 우파 정당 국민의힘은 무력화되었다. 한편 좌파는 그 틈새를 뚫고 전국 하부 조직망을 장악할 절호의 기회를 만들었다. 우파는 좌파 세력의 교묘한 작전을 잘 모르고 ‘순진하게’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 즉 ‘부패를 막고 깨끗한 정치’를 이루자는 말에 속아 지구당 폐지에 동조하는 바람에 스스로 팔다리를 자르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다른 당에서 온 초선의원이 총선백서 만들어
좌파의 공세에 위축된 우파 정당은 스스로 우파 정당임을 내세우기보다는 우파임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그 결과 20여 년 이상 국가정체성이 뚜렷한 인물을 공천하지 않고 중도 실용론자·전향자 중심으로 공천을 해 왔다.
정치사상의 중요성을 아는 다선 의원들을 지속적으로 밀어내고 사상이 모호한 신진 정치 지망생들을 지속적으로 유입해 당 정체성을 바꾸어 온 것이다. 게다가 신진 교체 비율이 너무 높아 당의 위기에 대처하고 이끌어 갈 중심이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국회의원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이준석을 당대표로 선출하고 거기에 휘둘린 것은 당의 중심 뼈대가 없어져 버렸음을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2024년 4월 총선 직후 총선 패배 원인을 찾는 총선백서를 만들고 있는데, 다른 당에서 온 초선의원 출신이 그 일을 맡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를 방증하는 것이다.
스스로 우파이기를 포기한 국민의힘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스스로 우파 정당이기를 포기한 사례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진영은 선거를 앞두고 이미지를 개선한다며 당 재편 작업을 수행했다.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었고, 당 상징색도 자유를 의미하는 파란색에서 피와 혁명을 의미하는 빨간색으로 바꿨다.
특히 당 색깔을 빨간색으로 바꾼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자유민주주의 정당임을 감추고 좌파 색으로 포장을 교체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배경엔 좌파의 집요한 ‘빨갱이’ 색깔론 공세가 있었다. 국민의 머릿속에 박힌 ‘빨갱이로 상대를 공격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었지만 실상은 우파의 좌파 흉내내기에 지나지 않았고 좌파의 계산된 공세가 먹힌 결과였다.
좌파의 ‘레드 컴플레스’를 해결해 준 ‘붉은 악마’
6·25전쟁 이후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공산주의의 상징색인 빨간색은 금기의 색이었고, 좌파는 이 ‘레드 콤플렉스’를 지우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했다. 그 작전이 대성공을 거둔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었다.
모든 국민이 하나같이 붉은 티셔츠를 입은 ‘붉은 악마’가 되어 광장이나 대형 TV 앞에 모여 4강 신화를 이룬 한국 축구단을 응원했다. 이로써 국민들 머릿속에 깊이 박힌 ‘붉은 색 = 빨갱이=나쁜 세력’의 이미지는 깨끗이 지워졌다. 좌파의 오랜 숙제, 가장 큰 적 하나가 제거된 것이다.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붉은 물결
이 붉은 물결은 그해 11월 반미 촛불시위로 불이 옮겨붙었고 이어서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켰다. 이어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5월부터 3개월간 광화문광장을 붉은 촛불시위로 물들였고, 이에 겁을 먹은 이명박정부는 좌파 세력과의 싸움을 포기하고 중도실용론 입장에 섰다. 당시 좌파 세력은 기고만장했고, 우파는 기가 죽어 꼼짝 못 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가운데 2012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표는 당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당 상징색도 빨간색으로 바꾼 것이다. 이후 당 이름은 수도 없이 바뀌었지만 당 색깔은 바꾸지 않았다.
우파는 빨간색·좌파는 파란색이 된 코미디
우파 정당이 당 색깔을 ‘자유’의 가치를 가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꾸자 좌파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때다 하고 파란색을 차지해 버리고 말았다. 완전히 색깔론이 거꾸로 되고 말았다. 그래서 요즘 좌파는 빨간색을 내세우는 광화문광장의 우파를 향해 ‘광화문 빨갱이’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참으로 엽기적이고 아이러니하다.
우파가 좌익의 색깔인 빨간색(혁명·피 상징) 깃발을 들고 좌파가 우익의 색깔인 파란색(자유 상징) 깃발을 드는 것만 해도 이상한데, 빨간색 깃발을 든 사람이 자유의 색깔인 파란색 깃발을 든 사람들을 향해 ‘빨갱이’라고 하니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개그도 이런 개그가 없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모든 국민이 선거 등 정치에 참여하는 체제이다. 그런데 국민 중에는 정치에 무지한 층이 많다. 그래서 정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명칭·색깔·상징물·기호 등을 내세우며, 이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 공산주의(빨갱이)를 배척해야 할 정당이 스스로 붉은 깃발을 달고서 “공산주의=빨갱이”라고 비판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인가. 당 색깔을 정상으로 돌리자. 그래서 가짜 파란색을 달고 있는 민주당과 진검승부를 겨뤄야 한다. 누가 진짜 자유를 지향하는 세력인지 말이다.
윤석열 퇴진 프레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이번 22대 총선 이후 만들어진 국민의힘 지도부는 종북좌파 정당의 전략 전술에 더욱 유념해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좌파 정당들은 노란봉투법 등 총선 이전 대통령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들의 재상정 통과·채상병특검법 통과·김건희특검법 발의·대통령 거부권 제한 원포인트 개헌 주장 등 다양한 공격방법을 쓰고 있다.
이러한 공격의 1차 목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통령을 무력화하고 흔드는 방법의 하나로 특검법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진실규명이 아니고 흔들 수 있는 소재를 찾는 것이다.
다수 정치 논객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떳떳이 특검에 응하라” “대통령 임기를 걸어라” 등 설익은 주장은 종북좌파의 기만적 정치 술수에 말려드는 함정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그런 조언을 받아들이면 늪지대에 말려들 수 있다.
악수를 하는 줄 알고 손을 내밀면 팔을 잡아 비틀고, 곧이어 몸통을 잡아 눕힐 것이다. 공산주의·주사파의 술수에 자유민주주의 방식으로 대하면 백전백패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과정에서 이미 당하지 않았나. 종북좌파와의 싸움에는 철저히 사상전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대패를 면할 수 있다.
역 프레임으로 공격하라
그러나 무조건 피하라는 뜻은 아니다. 대응할 명분과 논리가 있고 국민 설득에 자신이 있을 때는 자신감 있게 밀어붙여 좌파의 의혹 여론 만들기 예봉을 꺾어야 한다. 일단 공세를 취하면 모두 힘을 합해 대응해야 한다. 어떤 사건이든 그 내용 자체를 해명하는 데 그치지 말고 좌파의 사상적 실체와 숨은 저의를 알리는 일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좌파의 공세 프레임에 끌려 가며 수세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우리에게 유리한 역(逆)프레임을 걸어 역공을 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좌파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제압하려면 당정·우파 단체·우파 국민이 각개전투를 하면 안 된다. 당과 정부·우파 단체·우파 국민의 일치된 대응 태세가 필요하다. 이런 때를 위해 공통의 전략 전술을 제시할 합동참모 조직이 필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당정·우파 단체·우파 국민 등 우파 세력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나침반 조직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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