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2.6º
미세먼지 좋음
강릉 15.2º
미세먼지 보통
)
[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진보‧보수 프레임 해체하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진보당‧더불어민주당의 사상적 실체를 알리는 데 그치지 말고 근본적으로 ‘진보 세력’ 자체를 분해‧해체하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진보‧중도‧보수’라는 프레임에 속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10여 년 전 ROTC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자신이 진보 세력이라고 생각하는지, 보수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60%가 진보 세력이라고 답했고, 10%만이 보수라고 답했다.
‘왜 진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학생들은 “진보가 좋은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이 스스로를 진보 세력이라고 답한 것은 ‘진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이미지 때문이었다. ‘진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보다 나은 상태로 변화하는 것’ 등의 좋은 의미로 풀이되어 있다. 그래서 진보 세력이라 하면 누구나 세상을 보다 좋은 상태로 만들려는 ‘좋은 세력’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교묘한 언어 함정에서 헤어나자
반면에 보수 세력에 대해서는 진보 세력에 반대하고 대립하는 그룹이다 보니 ‘진보를 거부하는 수구꼴통’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어떤 정치 세력이 퇴보와 수구꼴통을 지향하겠는가. 이는 누군가가 그 세력을 매도하기 위해 만든 프레임이라는 것을 바로 눈치채야 하는 것이다.
보수는 수구꼴통‧퇴보 세력이 아니다. 보수가 퇴보 세력이라면 어떻게 나무뿌리 캐 먹고 굶기를 밥 먹듯이 해 온 폐허의 나라를 그 짧은 시간 안에 세계 10대 선진국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정치학적으로 볼 때 진보 세력이란 공산‧사회주의를 말한다. 마르크스‧레닌‧스탈린‧모택동‧김일성 등 공산‧사회주의자들이 자신들을 진보 세력이라고 불러 왔다. 이는 자본주의를 멸망시키고 공산‧사회주의로 가는 것이 역사적 진보라는 마르크스주의 관념에 따른 것이다.
우리만 모르는 공공연한 비밀
미국‧유럽 등 전 세계인들은 ‘진보 세력=공산‧사회주의자’임을 알고 있는데 우리 국민만 잘 모르고 있다. 미국 사람은 자신을 진보 세력이라고 말하는 자에게는 ‘사회주의자구나’라고 반응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진보 세력이 아니라 ‘과격 세력(radicals)’이라고 불러 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사실 ‘진보 세력=공산주의자‧사회주의자’라는 개념은 우리나라의 좌파 세력도 다 알고 있다. 종북 정당들이 통합진보당‧진보당 등 진보라는 단어를 써서 명칭을 붙인 것도 김일성이 주장해 온 ‘진보적 민주주의’란 개념에 따른 것이다. 심지어 조국(현 조국혁신당 대표)도 2010년 ‘진보 집권 플랜’이란 책에서 진보 세력이란 사회주의 세력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고 했다.
이렇게 세계도 알고, 북한도 알고, 국내 좌파 세력도 다 아는데 우리 일반 국민만 진보 세력이 곧 ‘공산주의자‧사회주의자’를 의미하는 것을 모르고 있다. ‘진보’란 좋은 말이니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좋은 정치 세력으로 오해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진보’의 실체 알면 더 이상 ‘진보’에 휩쓸리지 않아
이렇게 설명해 준 다음 학생들에게 다시 “자신이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이라고 묻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왜 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걸 몰랐지요”라고 답했다. 5분 안에 일어난 변화였다. 진보 세력의 사상적 실체를 알리는 순간, 속아서 잘못 줄을 섰던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바로 탈출하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어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세력은 대한민국 세력이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은 반대한민국 세력이다”고 정의한 다음 이들에게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고 물었더니 모두 ‘대한민국 세력’이라는 데 손을 들었다. 대한민국 수호 세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대세‧반대세’ 프레임의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치 용어 바로알기’ 운동 벌이자
대한민국의 체제 위기를 극복할 묘안은 아주 간단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정치 용어 바로 알기, 즉 정명(正名) 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앞에서 ‘진보’라는 단어가 가진 개념의 해악에 대해 설명했지만 문제는 이 단어뿐이 아니다. 민주‧평등‧개혁‧혁신‧변혁‧혁명‧민족‧통일‧평화‧자주‧복지 등 다른 좋은 의미를 가진 용어들도 마찬가지다. 원래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공산주의자들이 개념을 뒤틀어 이상한 공산주의 포장 개념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민주’는 자유민주가 아닌 ‘인민민주’(프롤레타리아 독재‧좌파 독재)를 의미하는 말로 악용되고 있다. ‘개혁’도 자본주의 체제를 개혁하여 사회주의‧공산주의로 가는 체제 개혁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혁신‧변혁‧혁명 등도 다 마찬가지다. 민족도 ‘우리민족끼리’ 등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을 포용하도록 하는 도구로 쓰고 있다.
공산주의자들이 이렇듯 정상적인 용어를 공산혁명의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이 가짜 용어에 속아 실체를 혼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공산주의 세력이 악용하는 용어를 제대로 알려 주는 정명 운동이 필요하다.
우파 정당, 우파 버리고 중도 지향이라니…
국민의힘은 이번 4월 총선에서도 끝없이 ‘중도’를 외쳤다. 중도론은 이명박정부 이후 우파 정당에서 굳어진 오랜 관행이자 정치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은 선거 등 대중의 지지를 확장해야 할 때 필요하기도 하지만 정치전쟁 등 실제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패배를 자초하는 요인이 된다. 우파 정당의 지지기반인 우파 세력을 배제하고 중도를 붙잡는 데 집중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총선 패배 후 국민의힘에서 총선 패배 요인을 분석한다며 ‘총선백서’를 만들 전담팀(TF팀)을 꾸렸다. 총선백서에 담길 내용 중에는 ‘왜 중도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는가’라는 항목이 있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총선에서 패배한 것이 중도를 잡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그에 대한 대책은 당연히 우파를 배제하고 중도를 잡는 방향으로 더 기울 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번 총선 전쟁의 실패 요인을 잘못 짚고 있는 것이다.
주력부대를 배척하고 전투에 나서는 우파
필자는 결코 ‘중도론이 필요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우파를 배제하고 중도론으로 기우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어차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는 다수의 유권자를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에 따라 승부가 나는 정치 게임이다. 그래서 좌파도 중도 표를 더 얻기 위해 온갖 사탕발림 포퓰리즘 정책을 펴는 것이다. 그러니 우파도 중도의 부동표 유권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정치 전쟁‧선거 전쟁을 치를 주력부대인 우파 세력을 배척한다는 데 있다.
이번 총선에서 도태우‧장예찬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 후 어떤 일이 벌어졌나. “국민의힘이 우군 정당 맞느냐”는 말부터 “윤석열 정권은 문재인 세력 아니냐”는 말 등이 이어졌다.
좌파 정당에선 아무리 큰 비판 거리가 있어도 웬만해서는 공천을 취소하지 않는데, 우파 정당은 좌파에서 말실수 거리를 찾아 공론화만 시키면 당이 알아서 선수들을 낙마시키는 일을 자주 자행했다. 이 일이 있자 분노한 우파는 ‘아예 투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에 휩쓸렸고 이것이 총선 패배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도는 실체가 없다”는 이재명의 말
다시 정리하면 중도론은 필요하지만 우파를 버리고 중도를 잡으러 쫓아다니는 것은 집토끼를 버리고 잡힐지 안 잡힐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산토끼를 쫓는 것과 같은 꼴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책 ‘대한민국 혁명하라’는 책에서 “중도는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정치권에는 중도 확장론이라는 실체 없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실체 없는 중도 지대에 러브콜을 보내며 정체성을 포기한 채 왔다 갔다 하면 능력과 정체를 의심받을 뿐이다. 결국 유능한 진보임을 증명하는 것이 승리의 길이다. 목숨 걸고 기득권과 전쟁할 의사나 용기가 있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다”고 말했다.
이 말을 우파 정당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이제는 우파 정당이 중도를 잡으러 왔다 갔다 하면 안 되고, 자유민주주의 우파 이념을 제시해 국민의 마음을 얻고, 그런 이념에 충실하고 좌파와의 사상전‧정치 전쟁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용기를 지닌 인물을 중심으로 전투대형을 갖춰야 한다.”
필자가 애타게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것이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1
좋아요1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