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시리아 과도정부, '軍 통합'과 '종교 화합'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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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반군세력의 지도자 알샬라, '정상 국가화' 방침 선언
이슬람 외국 병사가 '성탄 트리'에 방화… 기독교인들 항의 시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25 17:04:51

▲ 23일(현지시간) 시리아 내전의 승자인 반군 세력의 수장 아부 모하마드 알줄라니(우측)가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카타르의 모하메드 빈 압둘라지즈 알쿨라이피 국무장관과 만나고 있다. 알줄라니는 본명 아메드 후세인 알샤라를 쓰며 양복 차림으로 적극 대외 활동 중이다. '시리아 통합'과 '정상국가화'를 외치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AFP=연합뉴스

시리아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이슬람 반군 단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지도자 ‘아부 모하마드 알줄라니’ 즉 ‘아메드 후세인 알샤라’(본명)가 24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해체 및 정규군 통합 방침을 분명히 했다. 파편적인 반군 조직들을 정규군으로 재편해 ‘정상 정부’의 모양새를 갖추려는 움직임일 것이다. “HTS 연합 내 다른 반군 지도자들과 협의해 각자 파벌을 해체하고 국방부 산하에 통합”하게 된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알샤라가 말하는 ‘합의’에 어떤 반군 조직들이 참여했는지도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시리아 국영 통신 사나(SANA)는 이날 알샤라가 반군 지도자 몇 명과 함께한 사진을 보도했다. 알샤라는 8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여러 그룹 지도자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중동 이웃나라는 물론 서방 국가를 비롯해 대(對)시리아와 관계 재구축에 나선 강대국 고위 인사들과 회동할 때 반군 시절의 이름 알줄라니 대신 본명인 알샤라를 쓰며 양복차림으로 이미지 쇄신에도 열심이다.

SANA는 “모든 (무장) 단체들이 자진 해산해 국방부 감독하에 통합하기로 합의하면서 회의가 마무리됐다”는 과도정부 성명 내용을 전했다. 다만 이 사진에 시리아 동북부의 쿠르드족 반군 대표가 보이지 않았다고 AFP통신이 짚었다. 22일 알샤라는 시리아 무장 세력들이 해체 선언 후 하나의 군으로 편입될 것이라며 쿠르드족 반군 시리아민주군(SDF)을 언급한 바 있다. 이어 “어떤 세력이든 국가 통제를 벗어난 무기를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쿠르드계 반군 조직은 대체로 미국의 지원을 받아 왔다.

앞서 무함마드 알바시르 과도정부 총리는 지난주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군부에서 탈영한 장교와 반군 세력을 중심으로 국방부를 재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21일 과도정부의 국방부 장관으로 HTS에서 군사 작전을 주도한 무르하프 아부 카스라가 임명됐다. 시리아에는 아사드 정권 축출을 주도한 HTS 외에 미국 지원 하의 쿠르드족 부대, 아랍인 부대 연합체인 SDF, 튀르키예가 지원하는 시리아민족군(SNA) 등 다양한 반군 세력이 있다. 이들의 통합이야말로 과도정부의 최대 당면 과제다.

또 하나의 고민이 시리아 내 종교의 복잡성이다. 시리아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방화 사건과 24일 기독교인들 항의 시위는 이 나라의 미래 난관을 예고해 준 듯하다. 시리아 인구의 10~13%가 기독교인이고, 신약성서에 등장한 유서 깊은 지명 ‘다마섹’이 오늘날 수도 다마스쿠스다. 기독교인 거주자가 많은 수카일라비야 중앙 광장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에 최근 복면 괴한들이 불을 질렀으며 이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은 순식간에 소셜미디어(SNS)에 퍼져 시리아 전국의 기독교인들이 반발했다.

전국에서 모여든 수천 명의 기독교인들 시위대는 이슬람 수니파 반군의 과도정부가 종교 소수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다마스쿠스에선 시위대가 십자가와 시리아 국기를 든 채 행진하며 “십자가를 위해 우리 영혼을 바칠 것”이라고 외쳤다. 한 시위 참가자는 AFP통신에 “예전에 그랬듯 우리나라에서 기독교 신앙을 지키며 살 수 없다면 우리는 더이상 이곳에 속하지 않는 존재들”임을 뜻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과도정부는 방화 사건의 책임이 ‘외국에서 온 전사들’에게 있다며 범인들 체포 사실을 알렸다. 아울러 방화로 손상된 트리의 신속한 복구를 약속했다. 트리에 불을 낸 것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단체인 안사르 알타위드 소속 외국인들이라고 시리아 인권관측소가 전했다. 시리아는 이슬람 수니파 다수인 국가지만 시아파를 비롯해 기독교·드루즈파·그리스정교회 등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섞여 살아 왔다. 종교·종파·민족 간 갈등이 국가 통합에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사담 후세인 축출 뒤 이라크처럼 파국적인 종파간 내전으로 번질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어 크리스마스트리 방화 사건이 예민하게 받아들여진다. 과도정부의 주축인 반군 HTS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알누스라 전선을 전신으로 하기에 일각에선 엄격한 수니파 이슬람 율법 통치가 강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HTS 수장 알샤라는 22일 다마스쿠스를 방문한 레바논의 드루즈파 지도자 왈리드 줌발라트를 만나 “시리아에서 어떤 종파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종파 포용 의지를 천명했으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 시리아에서 불에 탄 크리스마스 트리. 왼쪽 복면 쓴 이들의 소행으로 알려졋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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