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소 4건… 요란한 시작, 싱거운 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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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1500억 원 쓰고 여러 사람 삶 파괴한 채 쫓겨나는 특검"
유죄평결 '입막음돈' 건에 '무조건 석방' 선고… "죄 없다는 뜻"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13 16:43:21

▲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2020년 대선결과 뒤집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던 잭 스미스(오른쪽) 특별검사 사임이 전해지며 트럼프를 둘러싼 모든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모두 해제됐다.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20년 대선결과 뒤집기 혐의 등으로 자신을 기소했던 잭 스미스 특별검사 사임에 날선 말들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글에서 “미친 잭 스미스와 깡패 일당의 악취가 사라졌다. 1억 달러(약 1471억 원) 넘게 쓰고 여러 사람과 가족 삶을 파괴한 뒤 쫓겨난 것”이라며 “내 경쟁자(조 바이든)가 얼마나 완전한 패배자인지 보여준 것 외엔 해낸 게 없다”고 말했다. 전날 스미스 특검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그 자신과 가족, 미국의 수치”라며 이미 한바탕 목소리를 높힌 상태였다.

바이든정부의 법무부에서 임명된 스미스 특검이 트럼프를 2020년 대선결과 뒤집기 및 기밀문서 유출·불법 보관 혐의 등으로 기소했으나 모두 작년 11월25일 공소 철회됐다. 이 밖에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법원에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와 관련한 또 하나의 형사사건이 계류 중이지만 지리멸렬하다. 담당 검사장과 특검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 논란까지 불거졌으며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公的) 행위에 대한 형사상 면책특권을 포괄적으로 인정한 연방 대법원 결정 이후 공판은 갈 곳을 잃었다.

트럼프에 대한 4건의 형사기소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첫 형사처벌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세계적 주목을 받았지만 밋밋하게 끝났다. 오히려 ‘정치화·무기화한 사법적 방해를 넘어선 승리’라는 트럼프 ‘서사’에 무게가 실리게 됐고 미 형사사법 체계에 대한 국민들 불신이 높아졌다. 연방수사국(FBI)이나 중앙정보국(CIA) 등 법무부 산하 독립된 사정 기관들 개혁을 외쳐 온 트럼프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2020 대선 당시 약 1만1000표 차이로 진 조지아주 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며 주지사에게 재개표를 촉구한 게 대선결과 뒤집기로 몰렸다. 기밀문서 유출 건은 더 억울하다. 재임 시절 ‘기밀 해제’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역대 대통령들 역시 이 부분을 문제 삼고자 들면 한이 없다. 작년 5월 FBI가 마러라고 트럼프 자택을 대규모 압수 수색했을 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전례없는 공격에 세상이 놀랐다. 그러나 작년 11월 대선의 압도적 트럼프 승리로 상황은 일변했다.

작년 5월 유죄로 평결난 ‘성추문 입막음돈’ 건에 47대 대통령 취임식(20일)을 열흘 앞두고 ‘무조건 석방’이 선고됐다. 트럼프를 향한 모든 형사 기소의 사실상 마침표인 셈이다. 뉴욕주 1심 법원인 맨해튼 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가 성인영화 배우와의 성관계 의혹 폭로를 막으려 입막음돈을 지급하게 하고 관련 회계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평결을 받은 것에 대해 혐의들이 심각해 배심원단의 유죄평결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무조건 석방) 이 나라 최고 직책을 잠식하지 않는 유일한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선고 자체가 없어야 한다는 트럼프 측 요청이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트럼프는 이날 SNS에서 ‘무조건 석방’이란 해당 사안이 범죄가 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자신했다. 트럼프 측에 따르면 2016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성의 일방적 주장이지만 이런 경우 돈으로 서둘러 사태를 수습하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며 범죄도 아니다. 단지 이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고문 변호사가 전달한 후 법률자문비로 처리한 게 문제였으나, 공직자도 아닌 개인 기업가가 본인 회사에 행한 일이므로 죄질이 무겁지 않다는 게 지지자들 입장이다.

트럼프를 처벌할 경우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불법 총기 소지죄로 유죄 평결을 받은 아들 헌터에 사면권을 발동한 터라 공화당 지지층이 형평성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 대통령 당선인을 ‘전과자’ 만들면 국가의 위상과 국민통합에 불리하다는 판단, 처벌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 확대 가능성 또한 법원의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유사한 기소 및 처벌 사례가 드물다. 트럼프 진영에선 민주당원인 검사가 정치적 목적 아래 기소했다며 이른바 ‘사법의 무기화’ 주장을 꾸준히 했고, 결과적으로 공화당의 트럼프 지지층을 더 결집하게 만들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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