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희귀질환자 ‘골든타임’ 막는 사전심사제 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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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 내 치료 시급… “환자 생명과 맞바꾼 탁상행정”
미국·유럽, 의료진 판단 따라 선투약·사후 심사 진행

이세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11 11:00:30

▲ 정부는 현행 사전 심사제도가 희귀 신장 질환자의 치료 기회를 제한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개선안 모색에 나섰다. 연합뉴스

정부가 희귀 신장 질환자의 치료 기회를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아 온 현행 사전 심사제도에 대해 개선안 마련에 나선다.

국민권익위는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희귀 신장 질환자의 치료 기회를 제한하는 치료약물 사전 심사제도의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보건의료 전문가·환자·환자 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현행 사전 심사제도는 2주 이상 소요되는 짧지 않은 심사 기간과 복잡한 행정절차, 과도한 서류 제출, 치료 지연, 형평성 논란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치료의 골든타임 확보가 중요한 희귀 질환 분야라는 특수성에 비춰볼 때 현행 제도는 개선이 시급할 뿐 아니라 규제 완화와 제도 정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사전 심사제도는 고가 의약품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1990년 도입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한시라도 치료가 시급한 희귀 질환을 지닌 환자 입장에서는 사전심사에만 2주 이상이 소요되는 현행 사전심사제도가 환자의 생존 확률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이날 주요 화두로 다뤄진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HUS) 환자들이 사전심사 제도로 입은 피해 사례를 공개하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aHUS는 미세혈관에 혈전이 발생해 주요 장기, 특히 신장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는 희귀 자가면역 질환이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급성 신부전·심부전·뇌졸중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 희귀질환이다.

발병 후 48~72시간 이내 치료 개시 여부가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현행 사전심사제도는 ‘환자의 생명과 맞바꾼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aHUS 환자의 유일한 치료약물인 에쿨리주맙(상품명 솔리리스)은 사전심사 대상 약물로 분류되어 있어 최소 2주 이상의 심사 기간이 소요된다. 현재 고가의 희귀질환 치료제에 건강보험 급여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사전 심사제도를 통과해야 하며 aHUS도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사전 심사에 소요되는 기간만 2주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aHUS와 같이 치료의 시급성을 다투는 희귀 질환자에게는 사실상 치료 기회 자체가 박탈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의료진 판단에 따라 선투약·사후 심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어 환자의 치료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국민권익위는 간담회를 통해 환자 및 전문가의 고충과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고 사전심사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향후 관계기관과 협의해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종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희귀질환 환자가 치료 기회를 잃는다는 것은 곧 생명을 잃는 것과 같다”며 “과도한 규제로 인해 희귀질환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사전심사와 관련한 제도개선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세희 기자 say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국민권익위 #사전심사제도 #희귀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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