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 수주 속 홀로 질주… 삼성물산 정비사업 수주 5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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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장악력 과시한 ‘래미안’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11 13:28:23

▲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단지 내에 재건축 결정 고시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스카이데일리

건설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하면서 도시정비사업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협상력이 약해지고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는 현장도 속출하는 가운데 삼성물산은 올해 1~4월 정비사업 수주액 5조213억 원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실적을 달성했다.

11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이는 10대 건설사 전체 수주액 14조7000억 원 중 34% 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로 단일사로는 가장 높은 비중이다. 삼성물산은 이미 올해 세운 정비사업 수주 목표치 5조 원을 초과 달성하며 ‘수주 킹’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수치는 도시정비사업을 둘러싼 냉각기와도 같은 건설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더욱 주목된다. 최근 업계는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공사 원가율이 90%를 넘나드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0대 건설사의 평균 공사 원가율은 94.06%에 달했다. 이익보다 손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상당수 건설사들은 위험 요소가 많은 정비사업을 기피하고 있다. 실제로 상계주공5단지처럼 공사비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사 입찰이 무응찰로 끝난 사례도 나왔다.

그럼에도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1조5695억 원), 성남 은행주공(1조2972억 원), 장위8구역(1조1945억 원) 등 대형 사업장을 잇달아 수주하며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일각에선 그 배경으로 삼성물산의 수주 전략 전환과 함께 래미안 브랜드에 대한 시장 신뢰를 꼽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 파워가 탄탄하다 보니 조합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수주 강세가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들이 고위험 지역을 걸러내는 대신 수익성과 상징성이 높은 지역에 집중하면서 압구정, 여의도, 성수 등 하반기 정비사업 수주 경쟁도 불붙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자금 여력이 확보된 상위 건설사 특히 삼성물산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일부 건설사는 여전히 수주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4월까지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전무하며 대우건설 역시 군포1구역 단일 사업만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액에서 21.7%의 비중을 차지했던 현대건설도 올해는 10%를 밑도는 수준이다.

정비사업 시장이 선별 수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은 브랜드 신뢰를 바탕으로 이례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발주처 눈치 보기조차 사라진 상황에서 삼성물산의 기세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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