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당한 물건 다시 훔쳐 왔더니 “도로 돌려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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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년 만에 고향에 온 금동관세음보살좌상
대법원 판결로 다시 일본 대마도 행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11 11:29:58

▲ 647년 만에 고향에 온 고려시대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다시 일본으로 떠났다. 연합뉴스

1378년 왜구에게 약탈당했다가 647년 만에 고향에 온 고려시대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다시 일본으로 떠났다.

충남 서산 부석사 설법전에서는 10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고려시대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을 일본으로 떠나보내는 봉송법회가 진행됐다.

봉송법회를 마친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비공개 감정과 포장을 거쳐 문화재 특수운송차량에 실려 비와 안개에 휩싸인 부석사를 떠났다.

부석사를 떠난 불상은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 후쿠오카로 옮겨졌다가 12일 배를 이용해 대마도로 운반된다. 이후 간논지에서 이틀가량 머문 뒤 대마도박물관에 보관될 예정이다.

조계종 사회부장 진경 스님은 봉송법회에서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을 떠나보내며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신도들을 보니 숙연해진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한·일 관계에 있어 맺혀 있던 불편한 부분들이 원만하게 풀리고 더 발전할 수 있다면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인 주경 스님과 수덕사 주지 도신 스님도 “보살님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함께하실 것이고, 언젠가 뜻이 이뤄질 시기가 도래한다면 다시 모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일 간 팽팽했던 긴장 관계를 우호 관계로 전환할 계기와 문화유산 환수·보전의 초석이 마련됐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회가 진행되는 동안 일부 신도들은 눈물을 훔쳤다.

높이 50.5㎝, 무게 38.6㎏의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2012년 10월 절도범들이 일본 대마도 간논지(觀音寺)에서 훔쳐 국내로 몰래 들여온 물건이다.

부석사는 불상을 두고 2016년 법원에 소유권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2023년 10월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불상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고 판단했다. 부석사에 도착한 지 106일 만에 다시 떠나게 된 내막이다.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약탈문화재나 본래 있던 장소를 떠난 문화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정립되고, 문화유산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일에 한일 양국이 협력해 세계적인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이야기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고 말했다.

이날 봉송법회에 참석한 간논지의 다나카 세코 전 주지는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는 말처럼 불상을 둘러싼 문제가 잘 마무리돼 다행이다. 부석사 측이 희망하는 문화재 교류 전시 등에 관해서는 나가사키현이나 정부와 협의해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 문화재 전문 이동 인력이 트럭에 고려시대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100일 친견법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5만여 명이 다녀갔으며 함께 진행된 ‘정부 환수노력 촉구 서명운동’에는 2만 여명이 참여했다.

부석사 측은 금동관세음보살좌상 복제품 2점을 제작해 1점은 연구용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1점은 처음 제작됐을 당시처럼 금동을 입혀 봉안하기 위해 3차원 스캔할 수 있도록 일본 측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임유이 기자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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