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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한 공연장에서 ‘우크라이나 네오나치’ 깃발을 계기로 벌어진 소요 관련해 후속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11일(현지 시간)자 현지 매체 TVP에 따르면 9일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로 사흘간 약 130명이 체포됐으며 “당국은 금지된 행위로 간주된 슬로건의 등장 등 세부 사항을 조사해 주동자를 파악 중”이다. 당시 6만 명 넘는 관객이 모인 가운데 벨라루스 가수(래퍼) 막스 코르시의 공연 시작 전 객석의 관객들이 무대 근처로 뛰쳐나가 보안요원과 충돌하면서 촉발된 이번 사건은 일파만파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9일 현장엔 우크라이나 깃발도 있었으나 “금지된 행위로 간주된 슬로건”이란 빨강·검정색 우크라이나반란군(UPA) 깃발과 우크라이나 극우 민족주의 구호를 말한다. 소련 치하에서 독립국 건설을 목표로 출발한 무장조직이라 이름이 ‘~반란군’이다. 소련으로 대변되는 슬라브적인 모든 것에 대한 반란이었다. 반소·반러의 상징이긴 하지만 폴란드인들에겐 자국민 대량 학살의 끔찍한 기억을 되살리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것이 폴란드 내 공연장에 나타나자 일부 관객이 흥분해 항의하다 몸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무엇보다 공연장에 온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파베우 야브원스키 폴란드 전 외무차관은 언론에 “우리나라의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군 복무로 조국을 지킬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안 한다” 꼬집었으며, 다리우시 마테츠키 의원은 엑스(X) 글로 “어린이들까지 살해한 학살자의 깃발을 폴란드에 와 흔들면서 자기 조국을 지킬 능력은 없나. 폴란드에서 나가라”고 목소리 높였다. 우발적 소동이 아니라 뿌리 깊은 역사 트라우마 자극과 민감한 전시(戰時) 국제정치로 비화할 모양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생긴 무장조직 UPA는 일부가 나치에 협력했다. 나치 독일이 소련과 싸우고 있었으므로 소련 치하 우크라이나 일각에선 ‘적의 적은 동지’ 논리가 쉽게 받아들여졌다. 1943∼1944년 폴란드인 약 10만 명이 희생된 볼히니아(볼린) 사건은 이념 아닌 인종주의적 비극이며 나치나 소련보다 UPA 주도라는 게 폴란드 학계의 일관된 시각이다. 러시아 역시 UPA 추종 세력을 네오나치이자 ‘러시아계 주민 핍박의 주역’으로 본다. 역사학 교수 출신이자 법과정의당(PiS) 후보로 당선돼 6일 취임한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우크라 군사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볼히니아 사건을 ‘학살’로 인정하라고 압박해 왔다.
폴란드 우파 정치권은 징집 대상인 우크라이나 청년들이 남의 나라 공연장에서 물의를 일으켰다며 격분했고,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의 하나가 ‘탈나치화’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논리가 강화될까봐 친서방 지도자들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피란민 약 100만 명이 체류 중인 폴란드의 경우, 제정 러시아 이래의 역사적 앙금으로 처음엔 이들 난민에 호의적이었으나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작년부터 외신들 지적이 잇따랐다. 이번 사건으로 폴란드의 대(對)우크라 여론은 한층 악화됐다.
로이터가 이번 사건을 주요 뉴스로 전하며 콘서트에 출현한 UPA 깃발이 폴란드인들의 격한 반감을 불러일으킨 점을 상세히 풀이했다. 다만 서방 친화적인 시민단체연합당(PO) 소속 도날드 투스크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폴란드 갈라치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 주류 지도자들로선 사실상 이 부분이 가장 두려운 대목이다. 로이터 등은 체포된 사람들 중 63명(우크라이나인 57명·벨라루스인 6명)에 대한 추방 절차 진행 상황까지 다뤘다. 영국 매체 가디안도 이 사안을 주요 외신으로 취급하며 미국·러시아 정상회담을 앞둔 외교적 긴장 속에서 발생한 갈등의 파장에 주목했다.
한편 러시아 매체 RT에선 반러·친서방 투스크 총리의 발언을 소개했고 “시골 바보들 소동” “우크라이나인들이 나치 협력자들 깃발을 등장시켜 폴란드 국민 분노” 등의 표현으로 이 사태를 보도했다. 크렘린궁 친화적인 러시아 기반 온라인 매체 EADaily는 UPA 깃발을 ‘네오나치’ 맥락에서 다루며 “무고한 폴란드를 대량 학살한 집단”으로 지칭하는 등 역사적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TSN.ua, 폴삿뉴스 등 여러 우크라나이나 매체도 사건을 비판적으로 전하며 UPA 깃발이 어떤 역사적 의미인지 짚었다.
1942년 말~1943년 초 서부 지역 중심으로 결성된 UPA는 독립국 수립이 목표였다. 다만 이들의 우크라이나는 ‘슬라브와 무관한 순수한 서유럽’이었기에 폴란드인은 제거 대상이었다. 반(反)소련의 일환인 반슬라브 행보가 ‘인종 청소’ 형식으로 밀어붙여진 것이다. 러시아에게 UPA는 예나 지금이나 ‘나치 부역자’지만 소련 해체와 함께 1991년 독립한 우크라이나에선 ‘소련·폴란드·독일 모두와 싸운 민족해방군’이다. 이런 경향 속에 부활한 인물이 스테판 반데라(1909~1959)다. ‘위대한 애국자’ ‘악랄한 나치 협력자’로 평가가 뚜렷이 갈린다.
2014년 이른바 ‘마이단혁명’과 러시아의 크림병합 이후 우크라 국가주의 세력과 민병대(아조우 연대)가 반데라를 추앙하며 UPA 상징물을 내세우거나 정부 차원의 UPA 기념일 지정, 기념비 건립, 거리명 변경 등이 ‘네오나치 부활’ 비판을 키웠다. 이때를 전후해 우크라이나 동부(돈바스) 러시아계 주민 핍박이 심해져 결국 내전 상태에 돌입했고, 이들을 보호한다는 게 2022년 2월24일 푸틴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및 ‘탈나치화 요구’의 명분이었다. 약 8년간 지속된 돈바스 내전 사상자(2021년 말 기준)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선 사망 약 1만4200명, 부상 약 3만3800명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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