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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사업이 ‘공공보행통로’ 설치 문제를 둘러싸고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압구정 3구역은 현재 약 3934가구를 5175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최고 70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목표로 하는 강남 한강변 핵심 프로젝트다. 단지 위치상 한강 조망권 확보와 주변 경관 관리가 중요한 만큼 계획 초기부터 관련 논의가 이어져 왔다.
공공보행통로는 재건축 단지 내부나 주변을 외부인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한 보행로다. 서울시는 한강변 경관 개선과 보행 네트워크 확충을 위해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 측은 사생활 침해, 보안 우려, 단지 가치 하락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양측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압구정3구역의 경우 당초 계획했던 지하 보행로가 최근 보류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문제는 이 갈등이 단순한 보행로 설치 여부를 넘어 재건축 사업의 속도와 가치에도 직결된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보행통로 설치를 재건축 심의 조건에 포함할 수 있어 협의가 지연되면 착공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압구정 일대는 강변북로, 한강공원과 맞닿아 있어 보행로의 형태와 위치가 한강변 경관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향후 한강변 재건축 전반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압구정은 조합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도시계획 차원에서는 공공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며 “이번 합의 과정이 다른 한강변 재건축 심의에도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자산 가치 측면에서도 시각차가 크다. 조합은 단지 폐쇄성이 유지될수록 보안·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화돼 장기적으로 가격 방어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공공보행통로와 같은 개방형 설계가 한강변 전체의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여 지역 전체 부동산 가치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단기적 단지 가치와 장기적 지역 가치가 충돌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절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안 게이트가 있는 시간제 개방형 통로, 공공디자인이 적용된 지하보행로, CCTV·방범 시스템 강화 등이다. 이를 통해 시민 접근성과 입주민 안전을 모두 확보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압구정 재건축은 고급 주거지 상징성과 희소성으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공공보행통로 갈등이 장기화되면 시공사 선정·착공·분양 등 사업 일정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서울시와 조합 모두 ‘공공성’과 ‘사유재산권’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면 이번 사안은 단순한 압구정의 문제가 아니라 한강변 재건축 전반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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