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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국무총리가 구속 기로에 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되레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한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총리가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이날 심사 결과는 윤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내란 혐의 수사 전체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한 전 총리를 상대로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등 6가지 혐의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오늘 밤 결정된다.
내란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은 지난 25일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공용서류 손상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 중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직 총리에 대한 영장 청구는 헌정사상 처음이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계엄 선포를 견제할 책임이 있음에도 오히려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해 절차적 정당성을 덧씌웠다고 보고 있다. 또한 계엄 해제 이후 작성된 선포문에 서명하고 폐기를 지시한 행위는 증거 인멸 시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 전 총리는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계엄 문건을 본 적 없다”고 증언했지만, 대통령실 CCTV 영상에는 문건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선포문을 직접 받았다”고 진술을 번복해 위증 혐의가 더해졌다.
내란특검은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최상목 문건’ 외에 ‘한덕수 문건’도 존재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헌재 증언에서 “국무총리에게도 문건이 전달됐다”고 진술했으나, 한 전 총리는 줄곧 이를 부인해왔다.
또한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사후 계엄선포 문건에 서명했다가 “없던 일로 하자”고 한 정황도 드러났다. 특검은 이런 일련의 행위가 단순 방조가 아닌 ‘적극적 가담’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향후 파장…국무위원·국힘 지도부 수사 분수령
한 전 총리의 구속 여부는 특검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 당시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해제 국회 표결 당시 표결 방해 의혹이 제기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권 지도부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기각될 경우 “특검이 무리한 혐의 적용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1970년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한 전 총리는 주미대사·경제부총리·국무총리(2회)를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진보·보수 정권을 넘나들며 ‘관료 엘리트’로 불렸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특검 수사로 50년 공직 생활의 말미에 ‘헌정사상 첫 구속된 전직 총리’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길 가능성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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