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숙청·혁명’ 발언 배후에 ‘美마가’-‘韓윤어게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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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직전 SNS 돌발 글…“가짜 뉴스 백악관까지 전달” 의혹
고든 창·루머·배넌 등 마가 인사들, 韓 ‘담론 순환 고리’형성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8-27 15:16:21

▲ 미국의 고든 창 변호사가 "한국에서 혁명이나 숙청이 일어나는 것 같다"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공유한 게시물. (고든 창 엑스(X) 계정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료 평가를 받은 한·미 정상회담과 별개로 회담 직전 한국의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조은석 특검 수사를 “숙청”, “혁명”이라고 규정하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오해였다”는 발언으로 수습되긴 했지만, 그 배경에는 미국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과 한국 내 윤 전 대통령 지지 진영의 밀착 연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형성된 초국가적 네트워크가 백악관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미흡했다는 비판 또한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27일 한미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SNS 파문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강훈식 비서실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인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의 고위 채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강훈식 비서실장이 급파돼 와일스 비서실장을 만나 설명했고, 마침 트럼프 대통령의 SNS가 터지자 이를 직접 수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역할이 잘 맞아떨어져 분위기 반전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숙청·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글을 올린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하지 않은 가짜 뉴스가 백악관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연결된 미국 보수주의자들인 마가 세력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의 폭탄 발언, 정상회담 뇌관 되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불과 세 시간 앞두고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숙청 혹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곳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기자들에게는 “한국 새 정부가 교회를 급습하고, 심지어 미군 기지에서 정보까지 가져갔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정상회담 직전의 돌발 상황은 우리 정부를 당혹케 했다. 다행히 회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오해한 것이 확실하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교회 압수수색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여지를 남겼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것은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미국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과 긴밀히 결탁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의 일부 보수 인사들은 미국 보수정치단체 행사에 참석하며 줄곧 트럼프 지지 세력과 연대를 모색해왔다.

▲ 7월1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제일교회에서 열린 예배에서 모스 탄(한국명 단현명) 미국 리버티대 교수가 설교하고 있다. 탄 교수는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온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등과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트럼프의 발언 배경에는 로라 루머, 고든 창, 스티브 배넌 등 미국 보수 인플루언서들의 영향이 자리한다는 후문이다. 그 가운데 고든 창은 윤 전 대통령 지지자와 트럼프를 잇는 가장 강력한 고리로 꼽힌다.

중국 전문 변호사 출신인 그는 2000년대 초부터 ‘중국의 몰락’을 예언하는 등 강경 반중·반북 성향으로 주목받았고, 2010년대 이후 트럼프 지지층에 합류했다. 특히 2018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간첩일 수 있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파문을 일으켰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그는 친윤 진영과 긴밀히 접촉하며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주장을 미국 보수권에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다. 지난 15일에는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에 기고해 “이재명 대통령은 맹렬한 반미주의자이자 동맹을 위태롭게 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칼럼은 한국 온라인 컨뮤니티에 의해 대대적으로 인용·확산되며, 트럼프의 발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도 그는 트럼프의 ‘숙청·혁명’ 게시물이 올라온 직후 “트럼프 대통령님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SNS에 남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SNS는 결국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내세운 ‘부정선거론’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를 형성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제기된 부정선거 관련 각종 의혹이 미국 마가세력에 의해 인용이 되고, 이를 다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인용하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한편, 미국 복음주의 산실인 리버티대의 모스 탄 교수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와 연계 고리로 거론된다. 그는 최근 방한 당시 윤 전 대통령 구속을 비판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성범죄로 수감된 적이 있다는 허위 주장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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