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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포용력과 정치권의 협치(協治)가 긴요하다. 경제 불황과 베이징에 모인 북·중·러의 연대 강화 등 안보 상황의 엄중한 현실에서 국내 정치 안정은 안팎의 어려움을 타개할 활로가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의 여야가 새 지도부를 구성했지만 대화와 타협은 실종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2일 정청래 새 대표 체제 출범 후 방송 3법에 이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과 2차 상법 개정안을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으로 극렬히 반대하는 가운데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절대다수 의석을 앞세워 쟁점 법안에 대한 강력한 입법 드라이브와 대야(對野) 공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게다가 정 대표는 ‘윤석열정부의 불법 계엄 및 내란’의 책임을 비판하며 “사람하고 악수한다” “정당 해산 사유” 등 거친 말을 연거푸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상임고문단이 “지나치면 안 된다” “집권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해선 안 된다. 윤석열정부의 파멸 원인은 정치 실종”이라고 쓴소리를 할 정도다.
물론 국민의힘도 자성해야 한다. 불법 계엄으로 국가 위상을 실추시키고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장동혁 의원이 8월26일 새 대표로 선출됐다. 보수 야당이 여전히 탄핵과 계엄의 ‘늪’에서 허우적대선 당의 중도로의 외연 확장은 어렵다. 더구나 공당(公黨)이 극우파에 업혀 있다는 자조 섞인 비판도 듣고 있다. 이러니 여야 간 자당 당원을 넘어서 국민을 위한 대화와 타협에 바탕한 진정한 협치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이라는 1인 지도자의 시대역행적 친위 쿠데타 시도를 ‘야당 말살’의 구실로 삼아선 안 되고, 국민의힘은 새 대표 체제를 계기로 ‘탄핵의 강’을 건너 이젠 보다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의 길을 걷길 바란다.
현재의 여야 대립이 지속되면 정치 위기 이상의 국가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 ‘겨울’이 닥쳐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를 맞아 ‘관세 폭탄’으로 한국 경제의 주력 엔진인 수출이 추동력을 잃을 수 있다. 우리 힘으로 통제 불가능한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내수에도 비상등이 켜진 지 오래다. 미국과 중국 간 경제·기술·안보 패권전쟁의 영향이 한국에까지 미치면서 경기침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파를 초월해 국난적 위기를 극복할 여야의 상생 정치가 절실하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 없이 존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야 정치인 모두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여야가 민주주의 이념과 가치를 외면한 채 자신들만의 아집으로 대립을 계속한다면 국민의 정치혐오만 커지고 소중한 우리 시대는 암흑기로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협치에 대한 의지가 긴요하다. ‘여·야·정 협치’는 ‘국정 운영 주체인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이 서로를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면서 공통의 국가 과제 해결 및 공동체 통합을 위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사회는 지역·세대·이념·성별 갈등이 증폭되며 공동체의 결속력이 크게 약화됐다. 특히 대선 이후 극명해진 ‘네 편’ ‘우리 편’ 구분은 정치·사회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다. 정치 리더십이 분열의 당사자가 아니라 ‘갈등 조정과 치유 그리고 협치’의 주관자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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