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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고령화 속도에 대응하기 위한 독일 메르츠 정부의 연금개혁은 실효성과 구조적 개혁 강도를 두고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도출되는 정책적 시사점은 고령층 중심으로 인구 구조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에도 중요한 참고가 될 전망이다.
보험연구원(KIRI)의 이소양 연구원은 15일 발표한 KIRI 리포트 글로벌 이슈(독일 메르츠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 동향)에서 “독일은 공적연금 재정 압박 속에서 단기적 급여 안정과 장기적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 속도가 가파른 만큼 개혁의 강도와 방향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분석했다.
독일은 이미 2023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2%를 넘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연방예산의 약 25%가 공적연금에 투입되고 있으며, 2040년에는 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2021~2024년 집권한 신호등 연정(사민당·자민당·녹색당 연립정부)은 국부펀드 수익으로 연금 재정을 보강하는 세대자본 제도를 도입했으나, 운용수익만으로 보험료율 상승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2025년 출범한 메르츠 정부는 보다 포괄적인 연금개혁에 나섰다..
이번 개혁의 골자는 △공적연금 급여 수준을 평균소득 대비 48% 이상 유지하는 하한선을 2031년까지 연장 △2027년부터 보험료율을 현행 18.6%에서 18.8%로 인상 △1992년 이전 출생 자녀 양육자 대상 양육 크레딧 월 20유로 인상 △청소년 장기저축계좌 신설 등이다. 특히 청소년 장기저축계좌는 만 6~18세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정부가 매월 10유로를 적립해 조기 금융투자 경험을 확산시키려는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추가 개혁안도 논의 중이다. 기대수명 연동을 통한 정년 70세 상향, 정년 이후 근로자의 일정 소득 세금 면제, 중소기업 근로자 대상 기업연금 확충, 사적연금인 리스터연금 개편 등이 대표적이다. 리스터연금의 경우 원금 보장 의무를 폐지하고 저비용 표준형 상품을 도입해 단순성과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추진된다. 동시에 금융투자 문화 전환을 위해 청소년 계좌를 활용, 장기 투자 습관을 조기 형성하고 성인의 낮은 금융투자 참여율(17%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우려도 크다. 독일 중앙은행은 올해 6월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소득대체율 유지, 소폭의 보험료 인상, 청소년 계좌 같은 상징적 조치만으로는 근본적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결국 국고보조 확대에 의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을 자본시장과 연계해 장기 투자 기반을 넓히려는 시도 자체에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리포트는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른 한국이 독일 사례를 거울삼아 공적·사적 연금 구조 개편, 금융투자 문화 확산, 세대 간 부담 조정 방안 등을 서둘러 검토해야 할 시점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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