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 미·러 관계 조율할 駐美 러시아 대사 공식 발표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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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치예프 북미국장 예정" 보도에 외무부 "공개적 비밀"
트럼프 및 외교·안보 참모진과의 관계 구축도 과제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5 16:36:53

▲ 2018년 1월26일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를 되새기는 'We Remember'(우리는 기억한다) 캠페인에 참가한 당시의 알렉산드르 다르치예프 주(駐)캐나다 러시아 대사. 이후 외무부 북미국장으로 돌아와 있던 그가 새로운 주미 러시아 대사로 부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러시아 외무부의 알렉산드르 다르치예프 북미국장이 주미 대사에 내정했다고 러시아 매체가 보도했다. 현지 일간 코메르산트는 24일(현지시간) 다르치예프 국장이 곧 주미 대사에 임명될 것이라고 익명의 소식통 세 명을 인용해 전했다. 이어 이게 사실인지를 묻는 스푸트니크통신의 질의에 러시아 외부부로부터 사실상 인정이나 다름 없는 답변이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코메르산트(신문)가 지나간 일을 전한 것이다. 오래전 후보는 결정돼 있었으며 몇 달간 ‘공개 비밀’이었다.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르치예프는 2014~2021년 캐나다 주재 러시아 대사를 지냈다. 외교관 집안 출신으로 모스크바 국립대에서 역사를 전공했으며 외교관 외교관 경력 대부분을 미국과 캐나다에서 쌓았고 영어·프랑스어가 유창하다.

다르치예프는 2018년 캐나다 주재 대사 시절 나치 홀로코스트 피해자 추모 We Remember(우리는 기억한다) 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했다. 나치의 침공으로 궤멸적 피해와 2500만 명 사망자를 낸 소련의 주요 일부가 지금의 러시아이기에 러시아는 유태인 못지 않게 나치즘에 민감하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 주의 다수인 러시아계 주민 핍박과 이를 주도한 반(反)러 우크라 민족주의자들을 나치 추종자로 간주하는 이유다.

이런 반나치 기조야말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22년 2월 이른바 러시아계 주민 해방을 위한 ‘특별군사작전’ 명분을 내세워 우크라 진입을 감행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최악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로이터통신이 다르치예프가 매우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됐다고 짚었다. 최근 미국과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자국산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공격 사용을 허락하자 러시아가 핵 위협으로 맞섰다.

또 러시아는 21일(현지시간) 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슈니크를 날려 우크라이나 주요 군시설을 파괴해 서방세계에 충격을 줬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장인 마르크 류트 사무총장이 이튿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러 미 플로리다 자택으로 날아갔을 만큼 서방 측 위기감을 고조시킨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이 오레슈니크를 요격 불가능한 신종무기로 인정하고 있어 서방은 한층 궁지에 몰린 모양새다.

조 바이든 정부를 거치며 꼬일 대로 꼬인 국제정세를 트럼프가 하루 아침에 수습하긴 어려우나, 민주당 글로벌리스트나 공화당 네오콘의 개입주의를 맹비난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외쳐 온 그에게 한가닥 희망을 기대하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다르치예프로선 트럼프 2기 인사들과의 관계 구축이 급선무일 것이다. 전임자인 아나톨리 안토노프는 강경한 유러시아주의자로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주미대사로 재직했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당선을 예측하며 이뤄진 인선이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