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수첩과 다른 노상원 수첩… 신빙성 ‘천지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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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수첩은 朴 탄핵 때 주요 증거로 채택… ‘스모킹건’ 역할
盧 수첩에 적힌 내용은 대부분 말도 안 돼… 증거 능력 의심
본인 스스로도 “사실 여부 확인 안 했다” 실토… 검경선 당혹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26 13:15:57

▲ 노상원(오른쪽)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이 박근혜정부 탄핵 심판 국면에서 증겨능력을 발휘한 안종범(왼쪽)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과 같은 수준의 증거로서 검찰수사에서 채택될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고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군정보사령관 출신 노상원 씨가 24일 검찰에 구속기소되며 ‘12·3 계엄 사태’로 ‘증거능력 다툼’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핵심은 ‘노상원 수첩’인데 ‘안종범 수첩’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그럼에도 메모의 증거능력은 커녕 신빙성마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말’의 존재 여부를 증명 할 수 있었던 ‘안종범 수첩’과 달리 노 씨 수첩 메모의 경우 검경 조차도 개인 생각인지 아닌지에 대한 사실 확인 여부도 못한 상황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26일 스카이데일리에 취재를 종합하면 ‘안종범 수첩’은 2014년~2016년 작성됐다. 분량은 63권으로 박 대통령 지시 사항이 빼곡히 담겼다. 안 전 수석은 해당 수첩에 박 전 대통령·기업인들과 독대 전·후 박 전 대통령 발언 및 업무 내용을 등을 일자별로 정리한 것이다. 당시 수사를 전담한 박영수특검은 이 수첩을 박 대통령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할 주요 증거로 채택했으며 실제 재판 과정에서도 증거 능력이 발휘했다. 박 대통령 1·2·3심·비선 실세 최순실씨 1·2·3심·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1·2·3심 등은 이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다만, 대법원에서는 ‘안종범 수첩’을 전문증거가 아닌 간접 증거(정황증거)로만 채택했다. 업무 수첩으로 증명된 사실이 ‘박 대통령의 발언’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 지시 사항 및 대화 내용 존재 입증 용도로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박 대통령 독대 후 기록된 메모에 대해 “(독대에 대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란 것이 증명된 때에만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화 내용 자체에 증거 능력을 의심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수첩을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에서 정한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에 해당한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전문진술 서면에 해당하여 형소법 제313조와 제316조의 요건으로 간접 증거 능력만 인정됐다고 봤다.

해당 수첩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는 소식통은 스카이데일리에 “안 전 수석 수첩은 파란색 손바닥만 한 수첩으로, 안 전 수석이 품에 품고 다녔다. 박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그가 발언할 때 마다 이를 일자별로 빼곡히 정리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말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증거 채택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 중 일부로 박근혜 대통령 업무 지시내용 등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이에 반해 15일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이 경기 안산에서 압수수색 하며 발견한 60~70페이지 분량의 노 씨 수첩은 단어 위주의 나열로 ‘사살’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국회 봉쇄’ ‘정치인·언론인·종교인·노조·판사·공무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수본과 야권은 해당 메모 내용이 ‘내란·외환죄 모의의 핵심 정황’이며 ‘스모킹 건’이라고 보고 있다. 근거는 김 전 장관과 민간인 노 씨가 사적으로 친했으며 노 씨가 정보사령부 사령관 등을 1일과 3일 안산으로 불러 회동하며 계엄을 모의한 정황을 보였다는 것이다.

다만, 수첩 메모들이 계엄 실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신원이 확인된데다 박 대통령을 직접 수행했던 공직자 안 전 수석 측과 상황이 다른 상황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취재진에 “내란 모의의 결정적 증거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검찰이 ‘안종범 수첩’과 같은 ‘증거능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작성 시기·배경이 불명확하고 수첩 기재 내용이 관련성이 있는지 파악되지 않아 개인적 생각인지 혹은 피의자와 직접 연결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메모와 계엄령 간 병력 이동 여부 등을 증명할 국방부에서는 노 씨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없었다는 태도다.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노 씨 수첩에 적힌 제2수사단 구성 관련 인사 발령을 내지 않은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노 씨도 국수본 수사에서 해당 수첩 내용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전언이 나왔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도 이날 스카이데일리에 “노 씨 영역은 사적 영역으로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전혀 상관없다”며 “김 전 장관은 수첩에 대해 전혀 모르며 수첩은 개인의 기록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노 씨가 해당 메모에 대해 검경에 자신의 자필 여부를 확인할 수는 있으나, 이의 평가와 수사 영역은 매우 다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검경 # 노상원 # 김용현 # 안종범 # 수첩 # 메모 # 자필 # 증거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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