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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영화세상] ‘미친 놈들의 난동 시대’
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1-16 00:02:55
 
▲ 조희문 영화평론가·前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라는 영화에는 197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건달·밀수업자·부패 공무원 등 온갖 악인들이 얽혀 협잡을 벌이는 모습이 등장한다. 하는 일은 서로 다르지만 범죄에는 행동을 같이한다. 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2025년 오늘날 대한민국은 ‘미친 놈들의 난동시대’처럼 보인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처음 상정되었을 때 야당은 결의안에 필요한 재적의원 200석을 채우지 못하자 밤 12시까지로 결의 시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성원이 불가능해 보이자 국회의장은 ‘회의 불성립’을 선언했다. 국회의 무슨 회의든 의결정족수에 미달하면 그 회의는 성원미달로 부결되는 것이지 회의 불성립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국회의장은 법위에 군림하는가. 회의가 부결되더라도 불성립이라고 선언하면 회의 자체가 없던 것이 되는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은 더 어이없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에는 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안 된다고 난리쳤던 야당이 한덕수 대행에게는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라고 아우성치며 압박했다. 그 같은 압박이 통하지 않자 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했다. 대행을 탄핵하려면 당사자의 원래 직위가 아니라 대통령에 준하는 의결이 필요하다는 헌법전문가들의 주장은 국회의장의 선언에 밀리고 말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지만 국무총리이기 때문에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만으로 의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겁박한 야당이 막상 탄핵 의결을 할 때는 국무총리 신분으로 처리했다는 것은 앞뒤가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법률적인 절차로 본다면 대통령 탄핵도, 대행 탄핵도 위법한 것이다.
 
공수처의 우왕좌왕은 더 기가 막힌다.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는 ‘내란죄’ 조항이 없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망나니 칼춤 추듯 마구잡이로 대통령을 체포하겠다며 우격다짐으로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1차는 실패했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는 기어코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정당한 법 집행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공수처의 관할 법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인데도 굳이 서부지방법원에 체포영장을 신청한 부분이다. 규정에도 맞지 않고 영장 전담판사와 사전 밀약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영장 담당 판사에게 기각을 당한 뒤 서부지방법원으로 체포영장 쇼핑을 한 것이라면 이는 법을 짓뭉갠 수작이다. 대통령 체포가 불법인 이유다.
 
헌법재판소의 행동도 의심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헌재 사무처장은 국회에 출석해 계엄·포고령 등이 헌법 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어디서도 법적 판단이 정해지지 않았는데도 미리 예단한 것이다. 더 나아가 헌재는 대통령 측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공판기일을 지정했다. 사법부의 최고 법률기관이라는 무게와 권위에 비추어 본다면 지나치게 경박하고 일방적인 운영이다. 헌법재판소마저 야당 권력에 휘둘리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무엇보다 경악할 일은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의 탄핵소추단이 대통령 탄핵 소추서에서 ‘내란’을 뺀다고 밝힌 부분이다. 국회에서 탄핵을 의결할 때도, 헌재에 탄핵소추서를 낼 때도 ‘내란’이나 ‘내란 수괴’ 같은 용어를 곰탕에 후춧가루 뿌리듯 마구 써댔지만 정작 ‘내란’ 혐의를 빼겠다니 어이가 없다. 그러면 탄핵은 왜 했나. 짜장면을 시켰더니 짜장 소스는 빼고 국수만 내 놓는다면 그것을 짜장면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대통령 탄핵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을 제외한다면 대통령의 탄핵은 물론이고 총리 재임 당시 ‘내란’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탄핵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은 이유없는 불법 결정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도 정당한 효력을 갖는 것인가. 단순히 탄핵소추의 혐의 하나를 빼는 문제가 아니라 사건의 본질을 부인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연쇄적이지만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런 문제들을 감시해야 할 언론은 본인들의 운동이라도 하듯 광분하며 오히려 조작하고 선동한다. 좌파 언론뿐 아니라 한때 우파의 기수라고 하던 매체들까지 덩달아 좌충우돌이다. 이게 내란이자 반역이 아니면 무엇인가.
 
그런데도 어쩌지 못한 채 가슴만 두드리는 우파는 미치기 일보 직전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법·위법한 일이 생길 때마다 항의하고 기자회견이나 쟁의권한심판 등을 통해 좌파의 흉계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는데도 별로 다급해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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