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우·러 전쟁 전훈분석단 파견’ 신기루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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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20 00:02:30

“우크라이나에 전훈 분석단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군의 임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것이고 직무 유기….”

김용현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31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을 위해 워싱턴DC에 가서 미 국방성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을 만난 후 전훈분석단·참관단을 보내야 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지난해 말 즈음 국정원에 의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러시아 북한군 파병이 공론화된 이후 국방부의 전훈분석단 파견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드론·위성·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재래식 전력과 첨단기술의 병행’ ‘ AI 기반 전장 관리 시스템의 효용성’ ‘저가형 드론의 비대칭 전력 균형’ 등 변화하는 현대전의 산 교과서로 불리는 우·러 전쟁 관련 전훈분석단 혹은 참관단 파견은 불가피한 국방 과제로 굳어졌다. 곧바로 국방부와 대통령실은 현역 군인들로 구성된 분석단 파견을 구체화했다. 12.3 비상계엄과 뒤이어 온 나라를 뒤덮은 탄핵 사태 이후 모든 게 ‘올스톱’됐지만 말이다.

북한에서는 최정예 특수부대 1만2000여 명을 용병 형태로 파병하여 실전 경험까지 축적하고 있는 와중에, 우리 군은 단 한 명도 우크라이나 현지 땅을 공식적으로 밟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전력 비대칭성’에 대한 예비역 장성들의 우려도 빗발쳤다. 한시가 급한 국방 과제였음에도 비상계엄 이후 수뇌부 대행 체제의 공백기를 감당하고 있는 국방부의 손발이 묶여 버리고 만 것이다.

복병이 등장했다. 우·러 전쟁 조기 종식을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막이 오른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30일간의 에너지 및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 중단 등 부분적 휴전 합의를 했다. 사실상 ‘조기 종전’으로 가는 셈이다.

우크라이나에 파견을 예상했던 군인과 군 관계자들은 전쟁이 올해 상반기쯤 끝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다. 우크라이나 파견이라는 꿈에 부풀었던 군 관계자들의 기대는 절망으로 바뀌어 간다. 이들은 “개인 자격으로라도 가려 하는 이가 많다”며 “우·러 전쟁의 현대전 변화 양상을 읽지 못하고서는 북·중과의 거듭 강화되는 하이브리드전 대응을 위한 실전 감각을 얻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실은 매정하다. 군 관계자는 기자에게 “전훈분석단 파견은 계엄 전까지 기정사실로 추진됐음에도 현재는 정치적 변수로 완전히 중단된 상황”이라며 “임시 종전이 다가왔고 언제 조기 종전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너무나도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현역은 아마도 못 갈 것”이라며 “예비역으로 편성된 전훈분석단 정도의 파병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했다.

직접 싸울 수 있는 전투 병력을 보낼 수 있는 적기가 지나간 것이나 다름없는 꼴이다. 3년 넘게 장기화하는 전쟁에 외교·안보가에서는 우크라이나 현지에는 이미 다른 자유주의 진영 국가의 국방부 무관들이 전훈을 분석하고 자국 내 군사 혁신에 접목할 구체적 방법론을 도출하고 있다는 소식도 확산됐다. 전훈 분석 취재를 위해 우크라이나 현지에 다녀온 소식통은 “현지에선 해외 국방부 소속 무관들이 낱낱이 전훈 분석을 하는 중에 한국에서는 국정원 직원과 주(駐)우크라이나 대사관 국방 무관이 정보를 수집하고 국방부에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북한군 포섭을 위해 직접 파견까지 요청한 복수의 탈북인들은 ‘파병된 북한군’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북한이 실제 전투에서 어떤 전략·전술을 펼치고 있는지, 현대전 경험을 통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북한과 러시아 연합군의 전투력부터 알아야 한다”고 했다. 북한군의 적화통일 야욕에 의한 남침은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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