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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잘사는 사회, 어떻게 이뤄야 할까. 바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 구현이다. 이를 위한 대전제는 산업 평화다. 산업 평화는 노사와 정부가 서로 협력해 산업현장에서 분쟁 없이 원만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경제적 발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제가 적잖다. 국제 경쟁력이 현저히 뒤처지는 업종은 노사 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생산성 제고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주요 산업계에서 연례행사처럼 되어 온 노사 갈등에 이어 노조 간 갈등이 심각한 상태여서 해결책이 요청되고 있다.
노조활동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식의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양대 노총이 상급 단체로서 전체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산하 노조들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정규직 근로자 중심 노조 위주로 구성돼 있기에 주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대기업 노조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전체 근로자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노조의 테두리 안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 직원의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양극화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 구조는 결국 모든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부 대기업 노조의 연봉 인상 요구는 그칠 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 노조, 이른바 ‘귀족 노조’들은 불공정한 탐욕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업 현장 곳곳에서 ‘고용 세습’ 문제를 놓고 노사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노동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할 거대 노조가 사측과 결탁해 협력업체 근로자를 상대로 취업 장사를 하고 납품 이권에 개입하고 있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거대 노조의 행패를 막기 위해선 미국처럼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처벌’을 법제화해 노조에 의한 노동 3권 침해를 규제해야 한다. 미국은 1947년부터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를 법제화해 규율하고 있다. 국가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비대해진 거대 노조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연방노동관계법 개정을 추진한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우리도 소수 노조와 비정규직 등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는 법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주목할 바는 우리나라의 경우 연례적으로 노동 및 금융 시장의 비효율성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음이다. 세계경제포럼(WEF) 등 권위 있는 국제기구의 통계가 보여주듯 한국 경제는 전투적 강성 노조의 무리한 분배 요구 문제를 풀지 않고는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노사 문화 선진화를 만들어 내는 시작이자 끝은 다름 아닌 지속 성장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노사 간의 신뢰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단 한 번의 노사 분규도 없었던 기업으로 유명한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은 9.11 테러 당시 글로벌 항공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으로 다른 회사들이 모두 망해 갈 때 직원들이 스스로 비행시간을 늘리고 서비스 질을 높여 위기에서 벗어났다. 오히려 위기의 순간에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위기와 불황도 노사가 같은 목표를 갖고 나아가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상할 수 없는 위기의 순간에 늘 대비하고 혁신하려는 노사 간의 소통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노사 문화 선진화 과정은 쉬운 길이 아니다. 하지만 지속 성장과 신뢰, 상생과 믿음, 이 중요한 키워드들을 기억하고 노사가 함께 멀리 보며 변화에 조금만 더 빠르게 대응한다면 그 튼실한 결과를 노사가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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