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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왔습니다] <47> “남한서 군대 얘기는 필수”… 관련 지식 달달 외워
김동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5-01 06:25:00
 
정치인 신상 등 남한 정·관계 속속 파악
 
적구화 교육 당시 공부했던 내용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우선 정치와 관련해서는 입법·사법·행정에 대한 일반적 이해를 비롯해 장관·국회의원 등의 신상에 대해 파악했다. 그 밖에 정치 조직 및 정치적 사건들에 대해서도 배웠다. 사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오히려 북한의 정부 기관(현재 내각) 명칭보다 남한 행정부의 부·처의 명칭이나 장관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10대·30대 재벌 비롯해 생필품 브랜드까지  
 
다음으로 경제와 관련해서는 10대 및 30대 재벌그룹의 명칭·회장·주요 생산품에 대해 파악했다. 나아가 각 재벌 그룹 계열사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가전제품·화장품·의류·신발류·필기용품·식료품 등 생활필수품은 어떤 회사 제품이 있고 유명한지에 대해 배웠다. 
 
예를 들면 구두 브랜드로는 금강·에스콰이어가 있고, 맥주는 하이트·OB·크라운 등이 있으며 소주는 진로·그린·경월 등이 있고 막걸리는 포천막걸리가 유명하다는 것 등이다. 가전제품 기업은 삼성·엘지·현대·대우가 유명하고 식품이나 음료 하면 해태·동양·롯데이고 화장품은 태평양이 유명하다는 식이다.
 
군대 얘기 좋아하는 남쪽 사람들… 군 관련 내용은 필수
 
한국군에 대해서도 배웠다. 군 입대를 앞두고 실시하는 신체검사 시기와 절차, 그리고 입영통지서를 받고 신병 훈련소에 입소해 신병 훈련을 받는 절차와 방법, 훈련 내용 등을 강의를 통해 숙지했다. 집총 동작과 제식 동작·총검술 등은 실제 동작으로 배우고 신병 훈련이 끝난 후 자대 배치·군 내무반 생활·제대 절차·예비군 훈련 등에 대해서도 배웠다. 그리고 계급과 군번에 대한 일반상식도 가르쳐 주었다.
 
중요한 것은 향후 대남 침투 준비를 할 때 신분 위장(세탁)을 해야 하는데, 남자들의 경우에는 경력에 군 관련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기 때문에 군 관련 내용은 될수록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며 군에 대해 구체적으로 가르쳤다.
 
그리고 실제로 남파되어 활동할 때 현지인들과의 대화 과정에 군대 얘기가 반드시 나오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군 복무를 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내용보다 군 관련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한국군 관련 교육을 강의와 함께 실제 동작을 해 보는 방법으로 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처럼
 
교육과 관련해서는 초·중·고등학교 등에서 배우는 교과 내용을 모두 숙지하도록 했다. 사실 교과 내용 가운데 한국사 같은 것은 북한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다른 과목에 대해서는 상식 수준에서 취급하고 있다.
 
학교 생활에 대해서는 각급 학교의 입학과 졸업, 학교 생활 기간에 반드시 하는 행사의 종류와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이를 가르쳤다. 예를 들면 학예회라든가 소풍·운동회·수학여행 등의 시기와 장소·방법 같은 것들이다.
 
서울대는 데모 많이 해서 관악구로 쫓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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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각 대학 명칭과 위치, 연혁과 특징에 대해서도 배웠다. 
 
예를 들면 서울대학교는 원래 대학로가 있는 종로구 혜화동에 있다가 박정희 정권 시대에 데모를 많이 해서 변두리인 관악구로 쫓아냈고 한국에서 수재들만 가는 일류 대학이라는 것이다. 
 
고려대는 법학과와 정치학과가 유명하고, 연세대는 의예과와 영문과·상과가 유명하며 서강대는 경제학과를 알아 준다는 식이다. 또한 경희대는 한의학과, 홍익대는 미술과, 건국대는 수의학과, 중앙대는 연극영화과, 동국대는 불교학과와 연극영화과, 한양대는 공과가 유명하다는 식으로 상식적인 선에서 가르쳐 주었다.
 
이러한 내용들은 향후 대남 침투시 신분 위장과 함께 공작 활동을 할 때 남한 사람들과의 원만한 대화를 위한 것이었다.
 
“흥정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상업 시설과 그 이용 절차에 대해서도 배웠다. 백화점·전문점·시장·슈퍼마켓·창고형 매점(마트) 등 상업 시설의 종류와 명칭을 익히도록 했다. 
 
대표적인 백화점으로 신세계·롯데·미도파가 있고 대표적 시장으로는 남대문시장·동대문시장·광장시장·황학동 벼룩시장·노량진 수산물시장·장안평 자동차부품시장·용산 전자상가·가락동 농수산물시장·경동 한약시장과 부산 자갈치시장 등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또한 백화점을 제외한 모든 상가에서는 가격을 흥정할 수 있다는 것과 반드시 흥정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흥정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가르치고 가상 상황을 설정해 놓고 실제 물건을 사는 것처럼 흥정을 해 보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교육했다.
 
 
▲ 적구화 교육 당시 한국군에 대해서도 배웠다. 군 입대를 앞두고 실시하는 신체검사 시기와 절차, 그리고 입영통지서를 받고 신병 훈련소에 입소해 신병 훈련을 받는 절차와 방법, 훈련 내용 등을 강의를 통해 숙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셋집 얻으며 흥정하는 방법 실습
 
숙박업소 종류와 이용 절차에 대해서도 배웠다. 숙박업소에는 호텔·여관·여인숙·하숙·민박 등의 종류가 있다는 것과 함께 각각의 이용 절차를 배웠다. 그리고 실제로 각종 숙박시설을 이용하고 셋집을 얻으면서 흥정을 해 보는 등의 방법으로 숙달하도록 했다.
 
또한 접객업소에는 이발소와 목욕탕·다방·술집·카페·카바레·나이트클럽 등이 있고, 이와 같은 시설들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에 대해 강의를 들은 다음 가상 상황을 놓고 배운 대로 말하고 동작을 해 보는 방법으로 공부했다.
 
음식점에는 한식·일식·양식 등의 전문 음식점과 부페·분식집·포장마차 등이 있다는 것, 각종 음식점에서는 어떤 음식을 팔고 가격은 대체로 얼마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용하는지 등 이용 절차에 대해 배웠다.
 
선동열·이만수·홍수환·차범근… 아직도 기억나는 이름들
 
스포츠 및 오락과 관련해서는 스포츠 종목과 용어, 종목별 경기 방법, 특히 야구·복싱·축구 등 각종 프로 스포츠에 대한 상식을 배웠다. 이때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의 장면들을 비디오로 시청했다. 또한 당시의 유명한 스포츠인들에 대해서도 상식적으로 알아 두도록 했다.
 
그때 기억해서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 유명한 인물로 야구선수로는 선동열·이만수·장종훈·최동원·김성한·김재박 등과, 프로복싱과 레슬링선수로는 홍수환·김일, 축구선수로는 차범근·최순호·허정무 등이 있다.
 
“고스톱도 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오락에는 장기·바둑·고스톱·당구 등의 종류가 있다는 것과 그것들을 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배우고 실제로 해 보기도 하는 과정을 통해 약간이나마 숙련했다. 당구는 주로 15구 포켓볼을 쳤는데, 적구화 교육 기간에 여러 번 밤을 꼬박 새우면서 쳐 보았고 장기와 고스톱 역시 여러 번 해 봐서 대충은 알고 있다. 한번은 담배 내기 고스톱을 치다가 감정이 생겨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사무소 이용 절차와 관련해서는 주민등록 전·출입 신고 절차와 방법, 호적 및 주민등록에 대한 일반적 이해와 호적, 주민등록 등·초본을 발급받는 방법 등에 대해 가르쳤다.
 
우편·통신 시설의 이용 절차에 대해서는 먼저 편지에는 일반 편지와 속달 편지가 있다는 것과 함께 편지 주소 쓰는 방법과 우편번호 등을 공부했다.
 
편지 봉투에 주소 쓰는 위치도 남·북한 달라
 
다른 점이 있다면 남한에서는 반드시 써야 하는 우편번호를 북한에서는 군(軍)에서만 사용한다는 점이다. 편지 주소 역시 북한에서는 상단에 수신자 주소를 기재하고 하단에 발신자 주소를 기재하는데 남한에서는 그 반대라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널리 사용되고 있던 공중전화 이용 방법과 요금제에 대해서도 배웠다.
 
남한에 있는 각 종교의 교리와 교파 등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배웠다. 예를 들면 종파로는 가톨릭 또는 천주교, 기독교 또는 개신교, 불교·원불교·대종교·천도교·정교·이슬람교·통일교·침례교 등 수많은 종파가 있고, 각각의 종파가 예수를 믿거나 석가모니를 믿는 등 서로 믿는 대상과 교리가 다르다는 것도 배웠다.
 
관혼상제에 대한 일반적 이해와 지켜야 할 에티켓, 그리고 인사말과 부조 문화 등 생활풍습에 대해서도 배웠다.
 
반드시 알아야 할 관광지와 유명 사찰 등
 
관광지와 관련해서는 유명한 관광지와 피서지, 특산물 등에 대해 배웠다. 이를 통해 국립공원은 설악산·계룡산·오대산·속리산·지리산·덕유산·내장산·한라산·북한산·가야산 등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수욕장으로는 부산 해운대와 송정·광안리해수욕장, 대천·경포대·속초·만리포·제주도 등에 있는 해수욕장이 유명하다고 배웠다.
 
그리고 과천 어린이대공원·성동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용인 민속촌과 자연농원, 한려해상국립공원·단양팔경·강릉 오죽헌·의상대·청간정·진주 촉석루 등의 관광지 및 놀이시설과 함께 서울에는 경복궁·창덕궁·창경궁·비원·종묘 등의 고궁이 있고 경주·부여 등지에 역사 유적 등이 있다는 것도 배웠다.
 
유명 사찰로는 서울의 조계사, 속리산의 법주사, 계룡산의 갑사와 동학사, 내장산 백양사, 팔만대장경이 있는 합천 해인사, 공주 마곡사, 동래 범어사 등이 있다는 것, 유명 온천지는 온양·도고·덕산·수안보·이천·유성·부곡·동래·마금산·백암·경산·화순 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산물로는 강화의 인삼과 화문석, 여주·이천 지방의 쌀과 도자기, 춘천의 막국수, 전주의 비빔밥, 경산 사과, 제주도 감귤, 순창 고추장, 포천 막걸리, 천안 호두과자 등 너무 많아 여기에 일일이 다 옮겨 적을 수 없을 정도다. 이와 함께 관광지를 이용하는 시기와 절차, 그리고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배우고 실제로 해 보기도 했다.
 
교통수단의 종류 배우고 이용 절차 실습
 
교통수단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이 널리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열차와 버스ㆍ택시ㆍ지하철 등이 있으며, 열차에는 새마을호ㆍ무궁화호ㆍ 통일호ㆍ비둘기호 등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버스에는 고속버스·시외버스·시내버스·좌석 버스·마을버스 등과 최근에 새로 생긴 우등버스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택시에는 일반택시와 중형택시·모범택시·공항택시·콜택시 등이 있다는 것을 공부했다. 
 
아울러 1987년 당시 지하철이 건설되어 운행되는 곳은 서울과 부산이며, 서울의 경우에는 여러 개의 노선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이 외에도 렌트카와 여객선·비행기 등 여러 가지 교통수단이 있다는 것도 배웠다.
 
이러한 각종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절차, 즉 매표·개찰·승차·하차·집찰 방법, 그리고 각종 요금 및 계산·지불 방법, 교통시각표를 이용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배우고 가상 상황을 만들어 직접 해 보는 방법으로 습득하도록 했다.
 
 
▲ 아들이 묻고 아버지가 답하다
 
2021년 11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 후 대한민국 국민의 4대 의무 중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마친 아들과 내가 직접 나눈 대화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아들이 묻고 아버지가 답’하는 형식으로 본 연재의 각 회차 마무리를 대신하려 한다.
 
아들 : 아버지와 엄마는 사상과 이념은 물론 문화적 차이가 심한 북한과 남한이라는 곳에서 각각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서로 다른 것이 많았을 것 같아요. 거기에다 아버지와 엄마가 연애했던 기간이 정말 짧았기 때문에 두 분이 서로를 알아 갈 시간이 많이 없었을 텐데…. 결혼을 하고 엄마랑 많이 다투진 않으셨나요?
 
아버지 : 네가 말한 것처럼 아버지와 엄마는 연애 기간이 짧기도 했지만 체제와 이념은 물론 경제 발전 수준이 다른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문화적 차이가 컸던 것이 사실이야. 그런 문화적 차이 때문에 결혼 초기에는 엄마와 엄청 많이 다퉜어. 물론 지금도 그 간극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은 것 같아.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체제와 이념, 경제 발전 수준이 같은 사회에서 살았다 하더라도 문화적·성격적 차이는 필수적으로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해.
 
문제는 각자가 그러한 차이를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서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 우리 부부도 이견이나 갈등이 생겼을 때 처음에는 언성을 높여 다툼을 벌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이해하니까 더 이상 싸울 일이 없더라고….
 
결국 나는 부부생활을 하면서 이견이나 갈등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두 사람의 인내와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는 걸 깨달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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