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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 50%
대전 28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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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26º
습도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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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무이산 두 번째 여행기다. 여행 이튿날 한식당 ‘예은촌’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고속열차를 타기 위해 하문북역(샤먼북역)에서 이동했다. 하문북역 기차역은 하문공항보다 규모가 컸다. 하문역은 일반열차, 북역은 고속열차를 위한 역이다. 기차가 한 번씩 떠날 때마다 1000여 명의 인파가 승차게이트에 몰리면서 빼곡하게 장사진을 이룬다. 평시에도 이 정도니 춘절과 같은 명절 때 대이동 모습이 상상된다.
고속열차로 2시간 반 정도 달려 무이산역으로 다다랐다. 이곳에서 관광버스로 옮겨 타고 무이산(우이산) 근처 숙소로 향했다. 짐을 풀고 저녁 식사 후 중국 7대 인상 시리즈 중 하나인 ‘인상 대홍포’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이번 3박4일 여정의 주된 목적이자 하이라이트 콘텐츠다.
인상 대홍포는 중국 장예모 감독의 인상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작품이다. 무이산에서 생산되는 대홍포라는 이름의 차 이야기를 실경 배경으로 펼치는 장엄한 집체극이다. 대홍포차는 무이산에서 나는 무이암차 품종 중 하나다. 무이산은 해발 700m가 넘고 사시사철 따뜻한 기온과 높은 습도를 유지해 차 재배에 적당하다. 기차를 타고 가는 중에 보이는 풍경 대부분이 차밭일 정도로 차 재배가 압도적이다.
황제 홍포 입은 전설의 대홍포차
연평균 기온 17.5℃, 강우량 2000mm 이상, 일조시간은 1900시간, 습도 80%로 찻잎이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무이산의 토양은 붉은색의 사암으로 이 토양에서 재배한 차를 암차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어린 찻잎을 따는 녹차와 달리 무이암차는 다 자란 찻잎을 딴다. 무이암차만의 독특한 향과 맛의 배경이다. 무이암차는 우롱차의 원류라고 말할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
고급 대홍포의 경우 kg당 100만 원을 훌쩍 넘는 비싼 가격 때문에 중국에서는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차로 주로 이용된다. 높은 가격 때문에 현대에 와서는 중국 부호들의 상징 중 하나로 손꼽힌다. 대홍포란 거창한(?) 이름은 이 차가 병을 치료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가진 데서 비롯됐다.
명나라 홍무제 18년(1385년)에 정현이란 선비가 과거시험 차 상경하던 중 무이산에 이르러 복통이 심했는데 우연히 마주친 한 스님이 끓여 준 차를 마시자 통증이 멈췄다. 정현은 무사히 과거를 치르고 장원급제 후 금의환향하는 길에 스님에게 들러 감사를 드렸다. 자신을 구했던 차나무를 찾아 입고 있던 대홍포를 벗어 나무를 덮었다.
정현은 조정에 복귀하면서 찻잎을 항아리에 담아 왔다. 그 무렵 황후가 병기가 있었지만 어의들이 치료하지 못했다. 이때 정현은 자신이 가져온 찻잎을 헌상했고 차를 마신 황후의 병세가 완화됐다. 황제는 매우 기뻐하며 홍포 한 벌을 정현에게 내렸고 정현은 이 역시도 차나무에 성은으로 표했다. 이때부터 대홍포차는 개인이 취하지 못하고 모두 황실로 진상됐다는 설이다.
5대 명산 무이산 유네스코 복합문화유산 등재
무이암차 대홍포 전설의 배경이 된 무이산은 유네스코의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등 복합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빼어난 절경을 가진 산이다. 넓디넓은 중국의 수많은 산 중에서 5대 명산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주자의 성리학이 탄생한 ‘선계(仙界)’로 불릴 정도로 추앙받는 산이다.
정상이 해발 717m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산을 에워싸고 흐르는 구곡계(九曲溪)와 36개 봉우리, 72개 동굴, 99개의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루는 산이다. 구곡계는 주자가 무릉도원이라고 극찬하며 ‘무이구곡가’를 남긴 곳이다. 무이산은 그만큼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많은 천혜의 경관이란 의미다.
대홍포차와 대왕·옥녀 사랑전설 버무려
이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상 대홍포’는 그야말로 인상 시리즈의 백미로 꼽힌다. 2010년 시연된 인상 대홍포는 무이산 자락 옥녀봉과 대왕봉을 배경으로 70분간 펼쳐진다.
실경을 활용한 무대는 총길이가 1.2km에 달하고 관람석이 360도 회전하면서 막이 변하는 연출의 묘미를 감상할 수 있다. 2000여 명을 수용하는 객석이 5번에 걸쳐 회전하면서 펼쳐지는 무대는 대홍포차의 전설을 비롯해 9개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주된 줄거리는 대홍포차, 옥녀와 대왕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전설이다.
인상 대홍포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차를 재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무대이다. 형형색색 옷을 입은 배우들의 춤과 어우러져 생동감과 역동성, 현란한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인상 대홍포는 일부 주연급 배우 빼고는 출연 인원 대부분이 지역 주민이라는 점에서 자생력이 강한 문화콘텐츠의 전형으로 손꼽힌다.
인상 대홍포가 완성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배우 선발과 연습, 3년에 걸친 무대 토목공사 등이 소요됐다.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지역민을 위주로 한 배우 선발과 연습을 위해 2008년 말 전문예술학교까지 세웠다. 이렇게 배출된 배우와 연출진은 약 380여 명에 달했고 이 중 80%는 무이산시에 거주하는 지역민들이다.
대사를 알아듣진 못했지만 거의 넌버벌 퍼포먼스(non-verval performance·대사 없이 진행되는 공연)에 가까웠고 배우들의 동작이 정교해 전체 줄거리는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하나의 관광 콘텐츠가 만들어지기까지 인적·물적 자원의 투입 과정을 알고 공연을 본다면 그들의 땀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올 것 같다.
맨발이 즐거운 무이구곡 대나무 뗏목 투어
무이산의 또 하나의 체험형 관광 코스는 무이구곡 뗏목투어다. ‘점입가경 구곡계’라고 선명하게 새긴 붉은색 바위 각자가 말해 주듯이 주취강 굽이굽이 구곡을 통과하는 대나무 뗏목 래프팅은 무이산 산세와 절경을 느리고 깊게 감상하기 좋은 체험이다. 허름하게 만들어진 일엽편주 같은 대나무 뗏목이지만 노련한 뱃사공의 노질은 온전히 풍광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물이 잔잔한 곳에선 어김없이 피라미와 송사리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떼 지어 헤엄쳤고 먹이를 던져 주면 파드닥 물보라를 일으키며 족족 받아먹었다. 뗏목을 넘나드는 물은 차라리 신발을 벗게 했고 맨발을 간지럽혔다. 수심은 얕고 코스는 길어서 안전하고 재미난 뗏목 경험을 할 수 있다. 일곡부터 구곡까지 바위 각자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 중 하나다.
무이구곡을 온전히 조망하는 천유봉
곧이어 천유봉에 올랐다. 조금 전 뗏목을 타고 지나왔던 무이구곡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봉우리다. 무이구곡 중 육곡에 해당하는 곳에 위치한 천유봉은 높이가 400여m 남짓 되지만 계단 경사가 가팔라서 좀체 오를 엄두를 못 낸다. 발을 헛디디면 크게 다칠 우려가 있어 일행 절반은 산행을 포기했다. 계단을 오르면서 돌아본 무이구곡의 시원스러운 풍경은 자연이 주는 경외감에 빠져들게 했다.
천유봉 꼭대기에는 팽조와 그의 두 아들 팽무·팽이의 상을 모신 천유각이라는 사당이 있다. 요나라 때 이들은 홍수 피해를 걱정해 강을 아홉 구비 파서 물길을 냈는데 이것이 바로 구곡계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뗏목 체험에 천유봉 정상까지 다녀오니 반나절이 지났다. 늦은 점심을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전형적 중식 식단 뜻밖의 맛있는 식사
전날 호텔에서의 저녁과 이날 점심엔 전형적인 중국식 식단으로 배를 채웠다. 요리 이름을 알 턱도 없거니와 크게 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맛이기 때문이다. 가이드가 특별히 한국 사람 입맛에 맞게 향채를 빼고 조리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래선지 하나같이 혀에 착착 감기는 맛이다. 그래도 때론 섭섭한 감이 있어 고수를 따로 청했다. 고수 정도는 한국에서도 자주 제공되는 향채라 거부감이 없다.
복건성 무이산 지역 요리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이는 선미(鮮味)라 불리는 깊고 신선한 감칠맛을 의미한다. 해안선을 길게 끼고 있는 복건성은 해산물이 풍부하고 무이산 지역에서는 지역 특산인 무이암차를 활용한 요리 문화가 발달했다. 육수를 내고 볶고 익히는 등 레시피는 복잡하지만 요리는 정갈하고 맛은 차분했다.
야심한 밤에는 호텔을 나와 야간 산책을 빙자해 주점을 찾았다. 잘 관리된 관광지라 하문은 물론 무이산 자락도 점포들이 깨끗하게 정비돼 있고 바가지요금도 없었다. 물론 중국어를 능란하게 하는 일행의 도움도 컸지만 기본적으로 중국도 점차 글로벌 스탠더드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문 여행은 이번에 보지 못한 토루와 고즈넉한 고랑서섬 골목 답사를 위해 한 번 더 가 볼 요량이다. 매우 만족스러운 여정이었고 한국축제포럼 회원들과 함께여서 더욱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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