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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감금 피살된 대학생 박 씨를 현지로 보낸 국내 대포통장 모집조직 주범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또 다른 감금 피해자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영상이 공개되어 파장이 크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9일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조직에 의해 피살된 대학생 박 씨를 현지로 보낸 국내 대포통장 모집조직 주범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7월 대포통장 알선책에게서 지인 박 씨를 소개받았다. A씨는 박 씨에게 통장을 개설하게 하고 캄보디아로 출국시킨 혐의(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법원은 A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북경찰청은 9월 초 홍 씨를 검거한 뒤 박 씨 통장 자금 흐름과 통신기록 등을 추적하여 대포통장 유통조직 연루자 수사를 벌여왔다. 앞으로도 관련자 추가 확인 시 계속 수사해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송환한 64명에 대해서 “조사받는 인원이 많은 만큼 체포 시한인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64명은 한국 시간으로 18일 새벽 2시께 전세기 탑승과 동시에 체포됐다. 경찰은 이날 늦은 오후까지 각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현재 64명은 충남경찰청에 45명, 경기북부청에 15명 등 전국 각지로 분산돼 조사받고 있다.
정부가 캄보디아에 설치하려고 노력했던 코리안데스크 설치 논의는 무산됐다. 최근 정부 합동대응단이 현지를 방문해 양국이 서로 협의하는 과정에서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사실상 무산됐다고 알려졌다. 한국과 캄보디아는 코리아데스크 대신 범죄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인 피해 대응 방안 등을 협조할 수 있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범죄단지에서 생활하는 한국인 규모가 1000명을 넘는다는 추산까지 나오는 가운데 이런 범죄단지가 버젓이 운영되는 건 캄보디아 정부의 '방조'나 '묵인'으로 가능했다는 게 앰네스티의 결론이다. 국제앰네스티는 6개월 전 이미 캄보디아 범죄단지 실상을 상세히 기록해 펴낸 ‘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242쪽 분량인 이 보고서에는 캄보디아 범죄단지 31곳에 구금돼 있다가 탈출한 7개 국적 피해자 58명(남성 43명·여성 15명)에 대한 인터뷰가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경찰을 캄보디아에 파견한다고 해도 현지에선 수사권·사법권이 없는 만큼, 납치 피해 한국인들의 안전과 조속한 송환은 결국 캄보디아 정부의 노력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캄보디아 경찰 내에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하는 것도, 어떤 역할을 부여받게 될지도 전적으로 캄보디아 정부 의지에 달렸다”며 “외교를 통해 캄보디아 정부의 확실한 의지와 약속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캄보디아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과 외교적으로 가깝지 않은 나라로 꼽히는 것도 상황 해결에 불리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길이 없는 건 아니다. 캄보디아는 한국이 가장 많은 공적개발원조(ODA)를 계획(올해 예산 4353억 원)하고 있는 나라다. 또 2024년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은 6만3681명에 달한다. 납치 한국인 구조·송환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 정부가 레버리지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다.
한편 연합뉴스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감금된 또다른 피해자 B씨의 영상을 공개했다. B씨는 지난 4월 범죄단지를 탈출해 오전 6시께 프놈펜의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도착했지만 근무시간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영상에는 B씨가 전화로 대사관 안으로 들여보내달라고 애원하는 음성이 담겨 있다.
B씨는 계속 애원했지만 대사관 관계자는 모두 오전 8시에 문을 연다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B씨는 대사관 인근 가게에서 현지인에게 말을걸며 2시간을 기다린 끝에 대사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 범죄단지에서 숨겨둔 휴대전화로 대사관에 문자를 보냈지만 대사관에서는 정확한 위치와 사진을 요구했고 대사관 도움은 받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B씨 소식을 들은 가족이 한국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으나 당시 경찰은 가족에게 “아드님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며 도움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화 금융사기는 한국과 더불어 일본에서도 화제다. 일본 정부도 수년 전부터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사기 피해를 경고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주캄보디아 일본대사관도 2022년 8월에 취업사기로 인한 캄보디아 방문을 경고하는 글을 올렸다. 간단한 번역 작업에 고수익을 보장하는 등의 조건을 내세우며 외국행을 권유하는 수법이 한국 피해자들이 겪었던 것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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