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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 달러(약 499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구성을 둘러싼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여전히 교착 상태를 보이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9일 오후 귀국하면서 향후 협상 판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했던 김용범 정책실장이 오후 5시4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고 밝혔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같은 항공편으로 귀국하며,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하루 뒤인 20일 별도 항공편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김 실장은 귀국 직후 이재명 대통령에게 협상 결과를 보고하고 향후 대응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현지 협상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고 적절한 지시를 내렸다”며 “귀국 후 구체적 보고와 후속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지난 16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함께 미국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약 2시간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다. 이어 백악관 업무시설인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50분가량 면담하며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자금 운용 방식을 논의했다.
협상에서 미국은 여전히 “투자금 전액을 직접투자 형태로 운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한국은 외환시장 불안과 유동성 부담을 이유로 “직접투자 비중을 낮추자”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현지에서 “2시간 동안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다”고만 짧게 언급했으며, 협상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협상단 일원으로 동행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 중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회동에서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선불로 낼 수 없다”는 입장을 직접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 역시 한국 측 우려에 일정 부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는 ‘완전 타결’보다는 ‘조건부 합의’나 ‘정상회담 공동성명 수준의 정치적 합의’로 방향을 잡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실무선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에,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정상 간 톱다운(Top-down) 방식의 결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시장 개방이 협상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이 쌀 등 민감 품목은 제외하되, 중국 제재로 대두 수출길이 막힌 미국을 상대로 ‘대두 일부 수입 확대’를 협상 카드로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7일 “농산물 관련해 (1차 관세 협상 이후) 새롭게 논의된 것은 듣지 못했다”면서도 “유일하게 들은 건 대두 정도”라고 언급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대두 일부 조정을 통해 교착 상태를 완화하려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미 통화스와프 추진 논의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위성락 실장은 “통화스와프는 무제한이든 유제한이든 진전이 없다”고 밝혔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역시 “통화스와프는 이번 협상의 본류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통화스와프 대신 ‘부분적 스와프’ 또는 ‘원화 기반 우회 스와프’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직접투자 기간을 중장기로 늘리는 절충안이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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