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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계기로 의료계 내부의 구조적 갈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17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복지부 업무보고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의사의협와 한의협이 문제로 지목한 정책 방향과 해법은 상반된다. 한쪽은 ‘검증되지 않은 확대’를 지적했고 다른 한쪽은 ‘근거를 무시한 배제’를 문제 삼으며 보건의료 정책 결정 구조에 문제 삼았다.
의협은 이번 업무보고가 의료 붕괴의 원인을 일정 부분 인식하면서도 응급의료 대책과 건강보험 재정 운용, 특사경 도입, 탈모·한방난임 급여 논의 등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응급의료 문제와 관련해 의협은 “응급환자를 모두 수용해야 한다는 선언적 원칙만으로는 현장의 병목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낮은 수가와 보상, 법적 분쟁 위험, 인력 부족 속에서 응급의료기관이 환자 수용을 기피하게 된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 채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의협은 “응급의료기관 간의 단계적 이송이 민간이 아닌 국가 시스템에서 지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마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사경 도입 추진에 대해 강한게 반발했다. 의협은 “사무병원 근절 필요성에 동의한다”면서도 “건강보험공단에 강제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행정권과 수사권의 위험한 결합이며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건보공단은 금감원 사례와 다르게 의료기관과 수가계약을 맺는 당사자이며 진료비를 지급 및 삭감하는 이해관계자 지위에 있다. 이 상황에서 수사권까지 부여한다면 의료 현장은 방어적 진료를 양산하게 되고 종국적으로는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는 게 의협의 논리다.
아울러 의협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한방 난임사업에 건강보험 재정 투입은 매우 위험한 언급이라고 비판했다.
탈모 급여화 전환에도 의협은 탈모 치료제에 급여화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 보다는 암 등 중증 질환에 대한 급여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건 건강보험 원칙에 부합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같은 사안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했다.
한의협은 정은경 복지부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한의약 난임치료의 객관성과 과학적 입증을 문제 삼은 발언을 두고 “보건복지부 스스로 마련한 근거를 장관이 부정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는 단순한 견해 차이가 아니라 정책 신뢰성을 훼손한 발언이라는 주장이다.
한의협은 “복지부가 발표한 여성 난임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난소예비력 저하 여성의 경우 한약 치료의 근거 수준은 B/Moderate 등급, 근거가 충분한 중등도 이상의 수준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첩약건강보험시범사업 대상 질환을 선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치료법임을 보건복지부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건강보험 시범사업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의협은 지자체 단위가 아닌 국가 차원의 난임 지원 정책은 여전히 체외수정과 인공수정 등 양방적 시술에만 편중됐다. 이는 난임 부부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구조적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을 통해 드러난 핵심 쟁점은 단순한 직능 갈등, 지역 갈등을 넘어선다. 대한의사협회는 과학적 검증과 재정의 원칙을 고수하고, 한의사협회는 이미 있는 제도적 근거와 선택권 여부를 주장하고 있다.
두 협회는 각각의 주장을 내세우며 정책 결정의 기준과 책임 소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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