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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충격적인 총선 결과
올해 4월10일에 치러진 제22대 총선의 결과는 충격이었다. 국회의원을 당선시킨 정당이 8개였는데 놀랍게도 그중 우파정당은 국민의힘 하나밖에 없었다. 이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고 중요한 문제인데 이 점을 대부분의 국민이 간과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전체 300석 중 달랑 108석을 얻었을 뿐이다. 진보당(3석)·더불어민주당(174석) 등 좌파 정당은 300석 중 188석을 차지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은 우파의 나라인데 그 나라에서 우파 정당인 국민의힘은 홀로 외롭기 그지없다.
총선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3월21일 전남 해남·완도·진도 후보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가정보원장)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과 함께 진보·개혁 세력이 약진해 200석을 만들면 윤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조국혁신당 등 진보 진영 세력을 합쳐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요건인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도록 반드시 투표장에 나와 민주당과 야권에 표를 달라고 독려하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다행스럽게 국민의힘이 108석을 얻어 좌파 연합이 헌법을 바꾸거나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200석)을 간신히 막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8개의 정당(192명)이 모두 윤 정권 반대 진영에 서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에서 8명만 반윤석열 진영에 동조하면 모든 게 끝이다. 윤 정권 반대 진영이 200명을 확보하는 순간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고 헌법도 바꿀 수 있게 된다.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벼랑 끝에 선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현재 이토록 위험한 벼랑 끝에 서 있다. 과연 윤석열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상태에서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까. 이것은 정부의 위기일 뿐 아니라 우파, 즉 자유민주 진영의 위기다. 그런데 이 위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우파 이념의 위기인가 아니면 우파 정치세력이 우파 이념을 잃어버려 자초한 위기인가.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우파 이념, 즉 자유민주주의가 잘못되었거나 자유민주주의가 국민으로부터 배척받아 초래된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과 우파 정치세력이 자유민주주의라는 우파의 이념과 가치를 망각해 제대로 정책을 구현하지 못하고 국민을 제대로 인도하지 못해 생긴 문제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우파 이념의 위기가 아니라 우파 정치세력의 위기이다.
나무로 치면 땅속에 박힌 뿌리는 이념·철학이다. 나무의 기둥(줄기)과 가지는 정당·정부·시민단체 등인데, 뿌리에서 올라온 영양소를 받아들여 열매 맺게 하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열매는 입법·행정(정책)·사법(재판) 등이다. 정당·정부·시민단체 등이 잘못되면 뿌리에서 올라온 영양소를 가지고도 국가라는 나무가 올바른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기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의 문제, 즉 뿌리의 문제가 아니라 이 이념을 제대로 열매로 맺지 못한 기둥, 즉 정당·정부·시민단체 등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제 해결의 초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방법을 통해 재집권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복된 대한민국 정치권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호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는 공산·사회주의 세력 등 좌파의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윤 정부가 등장한 후에도 누누이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주요 진지들이 좌파에 의해 장악당했고 전복된 상황이며 사실상 적화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제22대 총선 결과를 놓고 볼 때 정치권의 전복 상태는 더욱 심각해졌다. 진성 종북세력이 입법부를 완전 장악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헌법·법률·조례의 개정이나 신설 등 합법적 방법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인민민주주의 체제로 교체하는 작업이 더욱 활발하고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이다.
정치권의 전복 현상이 어느 정도 심각해졌는지 살펴보자. 대한민국은 원래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파 국가이다. 그런데 2024년 현재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제도권 우파 정당은 국민의힘뿐이고 인민민주주의·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좌파 정당들이 우후죽순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진보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노동당·사회민주당·열린민주당·지역당연합·소나무당·녹색당·정의당 등이 모두 좌파 정당들이다.
의석수로 보더라도 우파 정당은 국민의힘 108석(지역구 90석·비례 18석)인데 반해 좌파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175석(지역구 161석·비례 14석)·조국혁신당 12석·진보당 3석·기본소득당 1석 등 약 188석에 달한다.
더욱이 2014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당한 통합진보당 세력이 부활, 진보당이란 이름으로 재건해 의석수 3석을 획득하며 원내로 진출했을 뿐 아니라 민주당마저 장악했다는 평가가 많다. 따라서 22대 국회는 이전 2020년 구성된 21대 국회보다 훨씬 더 반체제 성향의 국회의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투쟁 강도도 월등히 높아졌다.
이에 반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우파 정당은 국민의힘뿐인데 중도 중심의 공천으로 제대로 투쟁할 전사들이 보이지 않아 역사상 가장 약체의 우파 팀으로 평가된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비교가 되지 않을 팀을 가지고 체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언제 이렇게 상황이 악화된 것일까.
체제 위기의 실상을 간파한 보수우파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특이한 점 중의 하나는 무소속 당선자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역대 총선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 이것은 양 진영 간 전투가 너무 치열했고 서로 간에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는 의미다.
원래 좌파 진영은 노선을 보고 찍는 경향이 강했지만 우파 진영은 후보의 소속 당도 보지만 개인의 역량을 보고 찍는 경우도 상당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우파 유권자들도 체제 위기감을 느끼고 자신의 한 표를 사표로 만들지 않기 위해 철저히 당을 보고 투표했다. 이는 우파 진영이 체제 위기의 실상을 정확히 간파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을 받았던 대구 중남구 도태우 후보·부산 수영구 장예찬 후보가 과거 발언으로 공천 취소를 당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들은 개인적인 능력과 인기에도 불구하고 완패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후보가 싫어서가 아니라 표를 무소속으로 빼앗겨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앞으로 있을 2026년 지방선거·2027년 대선은 어떻게 될까. 양 진영 간 체제 대결의 양상이 더 치열해질까 아니면 완화될까. 당연히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우파는 앞으로 있을 선거들이 더 심각한 체제 대결로 치닫는다는 점을 명심하고 진영 이탈의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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