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공간 여부 결론 안 났는데… 현대차 특감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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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밀폐공간 밝히는 건 부산지청 몫… 사건 전반 살필 것”
수사당국 “환기장치·배출장치 제대로 작동 안 해 사망 사고난 것”
‘안전 감독 및 보호구도 없었다’… 밀폐공간, 중대처벌법 가를 열쇠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7 14:57:57

▲ 19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차량 성능 테스트 중 연구원 3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지난 20일 경찰 차량이 합동감식을 위해 공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1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에서 발생한 연구원 3명 질식사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이번 주 산업안전 특별감독에 착수한다. 가스 배출 장치 정상 작동 여부 및 환기장치 작동 여부에 감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의 쟁점은 사고가 난 실험실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밀폐 공간’인지 여부다. 이와 관련해서 고용노동부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27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밀폐공간’ 특별 감독을 묻는 스카이데일리 질의에 “밀폐공간 판단 여부는 수사 담당 울산지청 중대재해과에서 한다. 사고가 난 부분과 유사한 부분, 챔임버를 포함해서 그와 유사한 원인이 또 있을지 확인해서 사고를 예방하는 게 감독”이라고 했다. 밀폐공간에 대한 판단은 부산지청 중대재해과가 담당하고 특별 감독이 들어가는 곳은 산재예방과라는 설명이다.

전날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체임버 내에 환기장치가 있고 차량 배기가스 배출 장치가 있는데, 테스트 당시 이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 될 것 같다”라며 “사고 원인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산업안전 보건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별감독은 대형 사고 발생 또는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 등에 대하여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실시하는 감독으로 현대차 울산공장은 상시근로자가 5명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고용부는 현재 현장 출동 후 중앙·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를 꾸렸다. 사고 원인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울산경찰청은 질식 사망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전담팀을 22일 구성했는데, 1차 소견으로 밀폐공간인 체임버 내 차량 배기가스 배출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질식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연구원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부검 1차 소견에 등에 따라 일산화탄소에 중독 원인을 규명하고 환기 장치와 차량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뽑아내는 배출 장치들이 관리 및 작동 여부에 대해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경찰과 노동부가 밀폐공간 여부에 따른 유해·위험 요인 파악·관리 방안 시행 조사 여부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게 문제다.

전국금속노조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등의 20일 사고 현장 합동 감식 이후 이어진 21일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실험실에서 40도 이상 온도를 설정하고 고출력 조명 등을 활용해 제네시스 GV80 신형 차량을 시속 160㎞로 주행하며 전장부품 정상 작동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사고 실험실에는 유해 물질 감지기 등 안전장치는 없었다.

무엇보다 밀폐공간 여부를 확인 후 이를 규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전문가 제언도 나왔다. 김형기 금속노조법률원 노무사는 스카이데일리에 “밀폐공간 여부를 먼저 결정하고 특별감독이든 수사를 하는 수순이 올바르다”며 “이의 경우 안전보건규칙 중 밀폐공간 규정에 따라 환기나 배출이 제대로 됐는지 조사할 수 있으며, 안전조치 의무 미행 여부도 정확하게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의 경우 일산화탄소와 산화수소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유해 물질 가스 감지기·산소 감지기 등을 설치해 운영해야 한다. 시험 작업 전에 마스크 등 기본 보호구도 착용해야 한다. 노조는 특히 현대차가 해당 공간을 ‘밀폐공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관리·감독 의무에서 벗어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노조는 사고가 발생한 챔임버실은 좁은 밀폐공간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유해가스 측정장치와 공기호흡기 등 안전 장비를 갖춰야 하는 곳임에도 현대차는 이를 무시하고 최소한의 안전 규정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20일 울산경찰청 등의 합동 감식에 참여했던 현미향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울산지역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스카이데일리에 “밀폐 공간 안전보건조치 중 핵심이 환기 문제인 만큼 노동부와 경찰이 명시적으로 밀폐 공간을 규정하지 않았더라도, 환기 문제를 핵심적으로 들여다보면 밀폐공간 여부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가솔린 차량 주행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심 추정되는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며 “휘발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로 사망한 것이면 결국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하고 있는 밀폐 공간으로 보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챔버실이 밀폐공간으로 분류 되어 사업장 내 안전조치 미흡 사안이 드러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사망에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 시 경영책임자에 형사 처벌을 내린다는 게 법안 핵심이다. 현대차는 사고 실험실에 대해 ‘밀폐공간’이라는 표현을 피하고 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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