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말·일탈 의원 적잖은데 국회 윤리위는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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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상대 당 소속 의원 제소하지만 ‘유야무야’
국회는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서 압도적 최하위
국회 자정 능력 향상 위해 윤리특위 상설화 시급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8 00:02:01

국회의원에겐 반드시 지켜야 할 윤리의 규범이 있다. 국회는 1991년 5가지 윤리강령과 품위 유지·직권남용 금지·청렴 의무·겸직 금지 등 15개의 세부 윤리실천규범을 만들어 그걸 지키도록 하고 있다. 국회법 위반과 품위 손상 등 윤리 문제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별도 장치인 윤리특별위원회에서 견책·시정·징계할 수 있다.

우리 국회는 공공기관이나 정부 조직 관련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 압도적 최하위를 기록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윤리위가 필요한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상 2024년 기관 신뢰도 조사에서도 우리 국회는 전체 30개 조사 대상국 중 28위를 기록했는데, OECD 국회 신뢰도 평균치인 36.52%에 한참 못 미치는 20.56%에 그쳤다.

정치 현장에서 막말과 비리·일탈 의원이 적지 않은 게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동물 국회’ ‘몸싸움 국회’의 반복으로 인한 국회 신뢰도 저하를 막아 보고자 18대 국회 후반에 ‘국회선진화법’을 만들기도 했지만, 국민의 국회에 대한 불신은 이렇다 하게 개선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심화된 정치 양극화 국면 속에서 여야가 막말을 주고받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이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더 늘어났다.

여야 간 정쟁이 일상화되면서 22대 국회에서도 상대 당 소속 의원을 향한 징계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징계에 회부된 현역 의원들에 대해 실제 징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애초에 대치 국면 가운데 여야가 서로 주고받은 징계안 자체가 정쟁의 수단적 성격이 강해서 윤리특위 심사나 회의도 여야 대치 속에서 파행으로 흐를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현역의원은 국회법 155조에 따라 공직자 윤리나 청렴 의무를 위반했을 때 윤리특위의 심사를 거쳐 징계를 받게 되지만, 윤리위에 접수된 대부분의 징계안은 안건 처리가 지연되다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는 총 52건의 징계안건이 윤리특위에 접수되었지만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전부 임기만료 폐기 처리되었다.

국회의 자체 징계 제도가 유명무실화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0년에 참여연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헌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국회에서 발의된 징계안 총 360건 가운데 가결된 것은 단 6건(1.67%)에 그쳤다. 민주화 이후인 13대 국회 이래 21대 국회까지 접수된 징계안 총 280건 중 윤리특위에서 가결된 징계안은 12건(4.3%)이었다. 이 가운데 본회의에서 가결된 징계안은 1건(8.3%)에 불과했다.

이처럼 국회 윤리 전담 기구가 제구실을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궁극적으로 의원들에게 그들의 징계 건에 대한 결정권이 있기 때문이다. 어물전 생선 지키기를 고양이에게 맡긴 셈이다. 또한 특위의 의결 절차에 있어 시효나 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는 데다 20대 국회 후반기 이래 윤리특위가 비상설화되면서 심사 기구의 공백 기간이 늘어나게 되어 윤리특위에 제소되는 대다수 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위원회에 장기 계류하다 폐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현행 국회법에 의원 윤리 심의 및 징계 절차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고, 민주적 공동체의 윤리적 가치관과 국민 정서에 부합하도록 관련 규정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국민의 성실한 봉사자로서 의원들의 직무 윤리를 재정립하고, 나아가 우리 국회의 자정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국회 윤리특위 재(再)상설화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이는 국회의원들의 윤리 규정 준수를 촉진하고, 나아가 국회에 대한 대(對) 국민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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