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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9개월 만에 출범한 여·의·정 협의체가 3주 만에 돌이킬 수 없는 내홍에 휩싸였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한마디가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정치권에 의하면 한 대표는 지난달 26일 경상북도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경상북도 국립 의과대학 신설 촉구 토론회’에 참석했다. 한 대표는 토론회에서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우리 국민의힘 차원에서 강력하게 지원·지지한다”며 “결국 다 잘 살자는 건데 (경북에) 제대로 된 상급종합병원 하나 없다는 이 현실을 하나하나 바꿔나가자”고 말했다.
역린이 건드려진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 대표 주도로 출범한 여·의·정 협의체에서 당·정과 의료계가 한 치 물러섬 없이 2025년 의대 모집 인원 축소 및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등을 논의 중인데 한 대표가 ‘의대 신설’을 거론했다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한 대표 발언은 (여·의·정) 협의체가 ‘알리바이용’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의사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병원을 지원하는 것이지 의대 신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의협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구성한 허수아비 협의체로 필수 의료 파탄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협의체에서 나올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의료계에 의하면 대한의학회는 지난달 29일 내부 회의에서 여·의·정 협의체 탈퇴를 잠정 결정했다. KAMC 관계자는 “(협의체 참여 단체가) 2곳밖에 없으니까 한 곳이 참여를 안 하면 (다른 단체도)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 대표가 올 9월 공식적으로 제안한 여·의·정 협의체는 대다수 의사단체 불참으로 인해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10월22일 대한의학회·KAMC가 참여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달 11일 돛을 올렸다.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연말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당·정과 의료계는 내년도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대한의학회·KAMC는 △수시모집 미충원 인원 정시 이월 중단 △정시 예비 합격자 인원 축소 △학습 능력 저하자 선발 제한 △모집 요강 내 선발 인원에 대한 대학의 자율권 부여 등으로 내년도 정원을 조금이라도 줄이자고 제안했다. 반면 정부는 “내년도 정원은 논의할 수 있어도 입시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정원을 바꿀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와중에 한 대표의 경북 국립의대 신설 지원 발언으로 인해 여·의·정 협의체는 크리스마스 선물은커녕 출범 3주 만에 좌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의 정치력 부재를 꼬집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북 국립의대 신설이 필요하더라도 부적절한 시기에 의료계 역린을 건드리는 공개 발언을 해 갈등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한 대표 정치력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는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제기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28일 한 대표를 ‘정치 초보’라고 지적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4일 MBC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그 정도의 정치력은 없는 게 계속 확인되고 있더라”고 주장했다. 다만 친한계 일부는 여·의·정 협의체 내홍이 한 대표의 경북 국립의대 신설 발언과는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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