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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가 혹독한 겨울을 맞았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중고 속에서 서울에서도 중소 건설업체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상황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탄핵정국이라는 정치적 혼란이 더해지며 불확실성은 극에 달했다. 마치 한겨울 폭설로 길이 막힌 산촌처럼 건설업계는 막다른 길목에서 방향을 잃고 있다.
작년 12월 서울에서만 15개의 종합건설사가 폐업을 신고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사업 포기’ ‘경영난’ 등의 폐업 사유를 적은 중소기업들의 한숨이 녹아든 통계다. 그동안 지방 중소업체들의 잇따른 폐업이 이어졌다면 이제는 수도권 중심의 업체들마저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문제는 이 상황이 더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혹독한 겨울 눈더미에 갇힌 길을 헤치고 나아가듯 이제는 익숙한 길을 버리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단순히 과거의 성공 방식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정책적인 지원은 필수적이다. 중소 건설사들이 가장 힘겨워하는 부분인 자금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권은 유연한 대출 정책과 규제완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고금리로 위축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정상화는 건설업계를 살리는 열쇠가 될 것이다.
동시에 업계 자체의 변화도 중요하다. 더 이상 전통적인 건설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스마트 시티 개발‧친환경 건설 기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변화는 고통스럽지만 그 안에서 기회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생존할 수 없다.
정치권 또한 불필요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경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탄핵 정국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은 고환율과 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건설업계와 같은 민감한 산업에 직격탄을 날린다. 협치와 통합을 통해 혼란을 수습하고 경제회복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정치권의 책임이다.
건설업은 국가경제의 기초다. 그 기반이 흔들리면 경제 전반이 휘청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장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건설업계가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계절은 반드시 올 것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금융권‧건설업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추운 겨울을 견딘 나무만이 봄의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건설업계의 겨울이 아무리 혹독하다 한들 끝은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끝을 향해 묵묵히 나아갈 용기와 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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