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왜 요금은 선불이고 권리는 후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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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11 00:02:30

한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큼직하게 ‘결제는 선불’이라고 쓰인 문구가 눈에 띈다. 식사 값은 음식이 나오기도 전 계산됐다.

숙소 예약은 ‘룸쇼(객실 내부를 살펴보는 것)’ 없이 진행됐다. 예약 고객에게는 실물 대신 사전 촬영된 홍보 사진을 제공했다.

수백 개의 객실 상태가 전부 같을 수 없는데 실제 머물 객실은 숙박 전까지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객실료는 전액 체크인 전 지불이 조건이다.

핸드폰으로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을 통해 주문한 상품은 개별 상품의 품질 편차가 컸다. 낱개 판매하며 개당 가격이 같은데 억울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반품하려 하자 사용자의 주관적 판단이라며 거절됐다.

사회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이러한 사회적인 관계는 활발한 물적·인적 자원의 교류를 통해 형성된다.

최근 온라인의 급속한 성장으로 국내 산업의 전반적인 이용 행태가 변화했다. 특히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손쉽게 결제가 이루어지는 간편결제 시대가 도래하며 재화 및 서비스를 신속하게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용자의 편익 증대가 과연 진정한 보호책이 될 수 있는가. 또 소비자를 보호한다며 정부가 꺼내든 정책이 정말 소비자를 위한 것이고 충분한 피해 구제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인가.

궁극적으로 현행법에서는 기만 행위로부터 소비자를 구제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며 가해자 처벌을 위한 법적 토대가 미흡한 실정이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래서 소비자는 필요에 의해 소비의 최전선에서 맛보지 않거나 보지 않은 상품을 구입하며 살아간다. 구입 후에야 그 내용물에 어떤 것이 포함됐는지를 경험한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사전 지불 형태로 어떤 모습일지 모르는 미경험의 영역을 획득하면서 인지한 정보와 다른 조건의 상품을 만나 불만족하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표시광고법에서 △거짓·과장 광고 △기만 광고 △부당 광고 △비방 광고 등의 규정 자체도 모호함이라는 문제점을 갖는다. 당초 거짓·과장·기만·부당·비방 등이 포괄하는 개념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객실 내 배치가 달라지면 숙소 안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망이나 일조량, 햇빛의 방향 등이 바뀐다. 이때 업체는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기존 사진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약간 달라졌다”고 표현한다. 반면 숙박객은 변화된 요소가 불편해서 ‘(숙박에 지대한 영향을 줄 정도로) 치명적이다’고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동급 과일에서 과육의 맛이 동일하지만 겉껍질에 상처가 있는 등 상태에 차이가 있으면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가 달라진다.

하지만 법 적용에 있어 이 부분은 전적으로 ‘해석의 영역’이 될 수 있는 만큼 처한 상황에 따라 주관적으로 판단될 여지가 크다.

이처럼 현실적인 해결책이 마땅찮다 보니 재화나 서비스를 결정할 때 리뷰라는 다른 소비자의 사전 경험에 대해 지나치게 의존적인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리뷰 또한 검증을 통해 객관화된 답을 내놓을 수 없어 주관적인 경험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

돈을 지불하고 대가를 받는 성격을 띠는 이 거래 행위가 마치 베팅판에 던져져 운명을 알 수 없는 주사위나 운수에 따라 결정되는 복불복식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만족의 정도를 보장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유명인 보장’이라는 수많은 거리의 수식어에 이끌려 살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건 당장이라도 바로잡아야 할 분명한 문제로 보인다.

이유경 기자 leey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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