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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더 늦춰서는 안 되는 방송 재허가 심사
작년 말 허가 기간 만료 방송사 재허가 심사 지연
文정부에서 훼손되었던 방송 정상화 의미하는 것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3-11 00:02:50
 
▲ 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방송통신위원회는 2009년 이명박정부 출범 때 설립된 합의체 기구다. 여·야 추천 5인의 위원들로 구성된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 융합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하지만 독립규제기구였던 방송위원회와 독임제  부처인 정보통신부를 통합하는 과정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두 기구는 자신들의 규제 대상인 방송·통신사업자와 한 몸이 되어 이른바 ‘나와바리(縄張·영역) 사수’를 위해 크게 대립한 것이다.
 
심지어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이 법으로 정해진 이후에 실질적 통합 과정에서도 갈등이 적지 않았다. 특히 위원회 형태로 인한 규제 기구의 비효율성이 사업자와 관련된 행정 행위들을 지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게 제기되었다. 물론 방송 관련해서도 인·허가 등 행정 업무가  없지는 않다. 실제로 민간 독립규제기구인 방송위원회도 행정 행위에 익숙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가 반영되어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무직 위원들로 구성된 합의체 기구이면서 동시에 위원장은 국무위원으로서 독임제 부처 성격을 함께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방송과 통신 영역을 함께 규제하면서 행정 행위들은 정무적으로 구성된 위원회 구조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정치적 성격이 강한 방송 관련 의제들에 밀려 통신 정책은 사실상 실종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더구나 점점 더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이 전문가보다는 정치인들로 채워지는 경향이 커지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방송 패권을 쥐기 위한 전장으로 인식하는 여·야가 강한 전투력을 장착한 인물들로 위원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공영방송 이사 임명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파행과 연이은 위원장 탄핵 파동의 근본 원인도 여기에 있다. 야당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탄핵했던 이유도 KBS·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때문이었다. 최근에 헌법재판소 기각 결정으로 이진숙 위원장이 복귀했지만, 이 문제는 아직 소송 중에 있어 현재 진행형이다. 여기에 야당은 2인 위원회의 의사결정 유효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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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방송 패권 다툼은 방송의 7배나 되는 규모를 가진 통신 정책을 완전히 뒷전으로 밀어내 버렸다. 인공지능(AI)·온라인 플랫폼·딥페이크 같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은 국가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정책 과제다. 하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강의 정보기술(IT) 강국이라 자부했던 대한민국의 이와 관련된 성적표는 초라함을 지나 참담하기까지 하다. 지난 30년간 우리 경제를 먹여 살려 왔던 반도체와 동반 추락하고 있는 분위기다.
 
더 우려되는 것은 통신뿐 아니라 방송 관련 행정 행위들까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재승인 심사다. 현행 방송법상 방송사업자는 유·무선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방송 허가가 기본적으로 사회·문화적 요건이 아닌 기술적 요건들에 대한 평가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즉, 방송사업자 인·허가는 공적 자원인 주파수를 사용하는 사업자에 대한 행정 행위인 것이다.
 
물론 방송의 정치·사회·문화적 영향력 등을 고려해 경영 조건·내용물 등에 대한 평가가 수반된다. 공적 자원을 활용해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자에게 공적 책무를 부여하는 ‘공공수탁(public trusteeship)’의 원리다. 이 때문에 방송사업자에 대한 인·허가는 방송 규제 기구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행정 행위이면서 또 가장 효과가 큰 규제 수단이다.
 
그러므로 작년 말에 허가 기간이 만료된 방송사들의 재허가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물론 반복된 정치 편향 방송으로 여러 차례 법정 제재를 받은 MBC가 포함되어 있어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는 있다. 하지만 허가 기간이 만료되어 두 달 넘게 불법 방송이 행해지고 있는데도 재허가 심사를 시작조차 못 하고 있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 기구로서 기본적인 행정 임무를 유기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고 대통령도 업무정지 상태라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일상적인 행정 업무에 공백이 없도록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제 더 이상 실질적인 재허가 심사를 미뤄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지난 정권에서 훼손되었던 방송의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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