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한경직 목사님이나 조용기 목사님 같은 어른 목회자가 안 계시잖아요. 교회 안팎이 시끄러운 것도 다 그런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얼마 전 목사 한 분이 탄식하듯 내게 그렇게 말했다. 교회사를 전공한 신학대 교수 출신인 그분의 말에 신자·비신자를 가릴 것 없이 공감하실 것이다. 더구나 한국 교회는 1980년대 성장의 정점을 찍은 뒤 지금은 장기 정체기에 머물러 있다.
요즘은 계엄과 탄핵 파동을 둘러싼 국면에서 광화문운동을 이끄는 전광훈 목사에 대한 설왕설래도 한창이다. 좌파 언론은 물론이고 교회 내부에서조차 전 목사를 두고 극우이자 이단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자주 나온다. 터무니없다. 너무나 비신학적이고 비성경적인 헛소리다. 이 와중에 우리 시대 교회에 어른이 안 계신 건 아니다. 내가 알기엔 두 분이 계시다. 한 분이 신학자 정성구(83) 전 총신대 총장이고, 또 한 분이 김진홍(84) 목사다.
먼저 정성구 총장. 그분이야말로 우리 시대 신학자로 손색없다. 대중적 인지도가 없다지만 외국 학계에서 더 알아준다. 그런 정 총장은 누구이던가. 그는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고 박형룡·박윤선·명신홍 박사의 신학 전통과 네덜란드 개혁주의 신학을 이어받았다. 개혁주의 신학이 뭐냐고? 20세기 이후 대세몰이를 하고 있는 듯한 자유주의 신학 따위와 다른 진짜배기 신학이고, 루터와 칼뱅 이래로의 정통 신학이다.
나 같은 삼류 평론가가 그런 걸 어떻게 알겠나. 4·5년 전 정 총장의 두 단행본 ‘목사가 왜 욕을 해?’와 ‘개혁교회의 꿈’을 펴냈을 때 그를 만났다. 직후 그의 주요 저술 상당수도 읽었다. ‘아브라함 카이퍼의 사상과 삶’ 등은 물론이고, 정 총장의 영적 아버지인 고 박윤선 박사를 다룬 저술 ‘나의 스승 박윤선 박사’ 등까지 봤다. 내겐 지적(知的) 단비였다. 내친김에 박윤선의 ‘로마서 강의’나 그의 자서전 ‘성경과 나의 생애’까지 읽어 치웠다.
박윤선을 공부하며 한국 교회의 적통(嫡統)인 일제하의 평양신학교의 위대한 전통도 조금은 감 잡았다. 당시의 독서 체험은 예전 1980·90년대 서남동·안병무의 민중신학에 잠시 끌렸던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해방신학의 변종에 불과한 민중신학에서 벗어나 정통 신학으로 귀환했으니 특히 대박이다.
그리고 우리의 김진홍 목사를 말할 차례인데, 우리 시대 그런 어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위안인가. 요즘 교회 안팎의 갈등을 교통정리하는 그의 활동을 보며 진짜 원로의 힘을 느낀다. 김진홍 목사는 구치소에 있던 윤석열 대통령이 성경을 넣어 달라고 요청했던 바로 그분이다. 실제로 요즘 카톡 단톡방을 통해서도 그의 동영상을 여러 편 훑어봤다. 그중 ‘탄핵 정국을 지켜본 김진홍 목사의 직감’이란 제목의 쇼츠 영상 하나의 메시지가 짧으면서도 인상적이었다.
“나는 좀 돌팔이 끼가 있는 시원찮은 목사입니다”고 그는 허두를 뗀다. 이어지는 말씀이 개운하다. “나의 직감인데, 우리가 탄핵 심판의 승기를 잡았구나 하는 걸 느낍니다. 터무니없이 박근혜 때처럼 당하진 않겠구나.” 그 대목에서 탁자에 주먹을 쿵 내리친 뒤 이렇게 마무리했다. “밑바닥 민초가 깨달으니 승기가 우리 쪽입니다. 끝내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습니다.”
김진홍이니까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 실은 또 다른 6분짜리 동영상 ‘광화문과 여의도에 대한 입장’이 더욱 흥미로웠다. 그동안 전광훈 목사의 광화문운동과, 손현보 목사·전한길의 세이브코리아란 두 애국 운동의 일원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그걸 이젠 접는다는 선언이었다. 이유가 멋지다. “서로를 존중하며 비난하지 않고 각각 따로 하는 게 확장성이 있다”는 깨달음 때문이라고 했다.
“전광훈 목사는 7년 광화문을 지켜 왔습니다. 좌익이 독점하던 그 자리를 차지한 것만으로 엄청난 업적입니다. 그분을 둘러싼 왈가왈부를 저도 듣지만, 그러나 그런 애국자 투사를 존중하는 게 먼저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손현보·전한길 팀은 지방에 확장성이 있고, 2030 청년이 집결합니다. 심지어 고교생까지 축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둘의 공존은 전체로 보아 유익입니다.”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로 이어지는 천하의 김진홍 목사 말씀을 어느 누가 거역할 것인가. 교회 갈등 게임 끝이다. 그 영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령 이후 감옥에 간 뒤 지난 3년 통치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 그는 시대 흐름에 그렇게 쓰임을 받았다”는 명언도 남겼다.
김진홍 목사가 왜 소중할까. 유감이지만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90) 목사 같은 기회주의자들 때문이다. 오래전인 1973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통역으로 유명한 그에게 오늘 물어볼 게 있다. 당신은 우리가 원하는 예언자적 사명을 다했는가. 김장환이란 이름값을 가지고 대체 뭘 하는 걸까. 김장환이 좌빨을 도왔다는 증거는 없지만 광화문운동 같은 사회적 기여도 없다. 내처 구경꾼이다. 그렇게 무책임한 그와 달리 진짜 원로 김진홍의 이름값은 더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고백한다. 나는 김진홍 목사의 설교 방송도 좋아한다. 하지만 예전 그분이 펴냈던 빈민 운동 시절의 명저 ‘새벽을 깨우리로다’를 틈이 날 때마다 새로 읽는다. 그렇게 재미있고 유익한 저술도 드문데 요즘 상황을 좀 마무리한 뒤 다음 기회에 그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번 더 할 생각이다. 관심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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