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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헌재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해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을 조속히 파면하라며 연일 채근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급기야 헌재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선고할 때까지 24일부터 광화문에 천막 당사를 설치해 운영하면서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화문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헌재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선고기일을 조속히 지정하고 파면하길 바란다”며 헌재에 결정 주문까지 제시했다.
야당이 이러는 건 자신들의 의도대로 헌재 평의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조바심 때문일 것이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을 이달 26일로 예정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판결보다 앞당기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거야의 영향력을 행사해서 헌재의 기류를 바꿔 보겠다는 것인가.
민주당은 탄핵 재판뿐만 아니라 모든 재판에 대해서 신속성을 요구할 자격 자체가 없다. 특히 이 대표가 도대체 그런 요구를 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자신이 재판을 받을 때가 되면 ‘증발’해 버리지 않았나.
이 대표 자신의 재판에 대해서는 송달 접수 거부·법관 기피 신청·위헌법률심판 제청 등 온갖 지연책을 남발해 왔다. 그러면서 남의 사건에 대해서 조속한 결정 운운하는 건 부끄러움을 모르는 처사다. 오죽하면 법원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배임 재판에 증인으로 또다시 불출석한 이 대표에게 24일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했겠는가.
이 대표는 사법부를 압박하지 말고 자신에 대한 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약속부터 해야 한다. 특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안 기각이 거대 야당의 무리한 입법 폭거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임을 직시해야 한다. 민주당은 탄핵 소추 관련해 9전 9패다. 헌정사에 길이 남을 기록적 탄핵 남발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이쯤 되면 이재명 대표는 뻔히 기각될 것을 알면서도 오로지 정략적 목적을 위한 졸속 탄핵으로 국정을 마비시킨 데 대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게 마땅하다.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해서도 절차적 하자와 내용상 문제점이 없는지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철저히 검토하길 바란다. 사실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는 서두를 일이 아니다. 법적·절차적 공정성의 문제가 있다. 법원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이 나온 만큼 헌재도 탄핵 심판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구속취소는 법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 및 신병 인계·검찰의 기소 등 수사 절차의 전반적인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다. 애당초 윤 대통령을 구속하지 말아야 했다.
입법 권력을 쥔 민주당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어를 목적으로 행정부와 언론·사법부까지 겁박하는 삼권분립 법치 훼손의 파행적 현상을 타파하도록 법원이 원리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정확히 재판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법치를 확립하는 길이다. 사법부가 정계의 눈치를 보고 재판을 주저한다면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사회질서가 깨지고 그 영향이 국민 삶에 미칠 수밖에 없다. 헌재는 야당의 압박에 굴복하지 말고 법적 원칙과 절차에 따라 탄핵 심판을 진행하면 된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적 흠결을 온전히 치유하고 헌법 정신에 충실한 결정문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결정의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헌재는 ‘천천히 서둘러야(Festina lente)’한다. 정치권도 헌재의 결정을 계기로 분열된 국론을 다시 모으고 나라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다. 헌재 결정에 이 나라의 ‘명운’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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