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 책읽는곰은 지식 정보 그림책 ‘국경’의 프랑스판(프랑스어 제목 ‘Qu'est-ce qu'une frontiere?’)이 2025년 소시에르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고 26일 밝혔다.
‘국경’은 구돌 작가가 글을 쓰고 해랑 작가가 그림을 그린 책으로 국내에선 2021년 출간됐다. 구돌 작가가 20대 초반에 28개월 동안 배낭여행을 하면서 국경을 걸어서 넘었던 경험을 살려 세계의 여러 국경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에게 ‘걸어서 국경을 넘는 일’은 좀처럼 하기 힘든 경험이다. ‘국경’의 작가 구돌은 20대 초반에 28개월을 배낭여행자로 지내면서 처음으로 걸어서 국경을 넘는 경험을 했다.
섬이나 다름없는 나라에서 나고 자란 작가에게 그야말로 두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이었다. 배나 비행기가 아니라 두 발로 걸어서 국경을 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까닭이다.
그 발견을 시작으로 국경을 넘는 경험을 거듭하면서 작가는 어쩌면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었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국경 검문소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그 나라의 ‘상태’를 여과 없이 보여 주었고 국경의 모습은 이웃한 두 나라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고작 지도 위의 선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화폐·언어·문자·음식·복식·인종·종교, 심지어는 운전석의 위치까지…. 물론 국경이 그저 지도 위의 선에 지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아시아인의 얼굴에 유럽인의 몸을 가진 사람들이 러시아어로 소통하는 중앙아시아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여행을 멈춘 뒤에도 국경에 대한 생각은 작가의 머릿속에 화두처럼 남아 있었다. 그 화두를 어린이들과 함께 풀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수십만 장의 사진을 모으고 수많은 자료를 읽으며 각기 다른 면에서 대표성을 지닌 24개의 국경을 가려 뽑았다.
그런 다음 현재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들려주려 노력하며 원고를 써 내려갔다. 그 일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는 일, 내일의 세계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생각하는 일은 오롯이 어린이의 몫이기에.
소시에르상 선정 위원회는 ‘국경’에 대해 “이 작품의 강점은 어린 독자들에게 국경의 개념을 인본주의적인 관점에서 인식하게 한다는 데 있다. ‘국경’은 현 상황에 꼭 필요한, 아니 없어서는 안 될 훌륭한 다큐멘터리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소시에르상은 프랑스 사서 협회(ABF)와 어린이·청소년 도서 전문 서점 협회(ALST)가 한 해 동안 가장 주목할 만한 어린이·청소년 도서에 수여하는 상으로 1986년 제정됐다. 프랑스어로 출판된 도서에만 수여하는 이 상을 한국 작가 책의 번역본이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이 책은 2021년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일본·대만·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됐으며 2023년 대만판이 ‘오픈북 좋은책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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