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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의 정밀한 집행이 요청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뇌관’이 터질 위기에 놓이면서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금융업계 부실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은 바 있는데 이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368개 시행사가 폐업한 데 이어 올해도 2월까지 24곳이 문을 닫았다. 부동산 개발사업 주체인 시행사가 PF 대출 시장 경색으로 사업을 포기하거나 잇따라 폐업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PF 대출을 거부하는 사이 시행사의 고금리 브리지론(초기 토지비 대출)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예컨대 A 시행사는 경기 남부권 사업(2000가구 규모)과 관련해 지난해 말부터 600억 원 규모의 브리지론 만기를 3개월 단위로 연장해 겨우 연명하고 있다. 사업성 평가에서 양호 등급을 받은 수도권의 또 다른 주택 개발 현장(1000가구)도 자본 고갈과 PF 대출 중단으로 공매 위기를 맞았다.
PF 대출 상환을 하지 못해 경·공매에 넘어간 사업장은 반값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작은 선순위 투자자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2월 말 기준 전국에서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PF 사업장은 369곳이다. 경·공매 시장에 나온 사업장은 반값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PF 시장 경색이 부동산시장을 악화시키는 뇌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건설업계에선 정부의 현실성 없는 정책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자기자본비율을 20%까지 높이는 정부의 ‘PF 제도 개선 대책’의 경우 장기 구조 개선 방안에만 치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부실이 심각한 전국 현장에 대한 지원이 없으면 PF 시장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암울한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대출 이자와 수수료만 챙기는 금융사의 불합리한 관행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PF 수수료 대상을 제한하고 반복 부과를 금지했음에도 이런 관행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시행사들은 금융사로부터 PF 대출 연장 조건으로 과도한 선취 수수료를 요구받고 있다. 그럴 때마다 20% 이상을 미리 떼어 가는 바람에 사업을 유지할수록 부실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PF 관리에 힘을 쓰고 있음에도 건설 경기 부진에 따른 금융권의 대출 잔액이 135조 원을 넘어선 데다 연체율도 2%를 넘어서는 등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특히 제2금융권의 연체율이 위험하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PF 부실로 제2금융권인 증권사·캐피털·저축은행의 손실이 최대 14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지금껏 쌓은 충당금 5조 원 외에 앞으로 8조7000억 원을 더 적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는 전체 PF 대출 잔액 135조 원의 절반 이상인 70조 원이 부실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PF 부실의 최소화를 위해선 건설사와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건설사는 PF 사업 여부를 결정할 때 사업성과 리스크를 판단하는 ‘검증 기준’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 리스크를 계량화해서 감당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는 데 힘써야 한다. 지급보증 규모와 사업성을 재검토한 뒤 PF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되면 선제적으로 포기하는 게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회생 불가능한 부실기업들은 시장에 의해 정리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정부는 부동산 PF 문제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 안전망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PF 대출이 건설사의 보증을 담보로 할 것이 아니라 원래 프로젝트로부터 발생하는 사업성을 평가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로 바뀌도록 제도 개선에 힘쓰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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