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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유통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통적인 유통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경쟁사를 향한 철벽을 걷어내고 과감한 협업에 나서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코피티션(copetition·협력과 경쟁의 합성어)’ 전략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Benson)’을 전국 약 2000개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선보인다. 이번 협업은 스타벅스코리아의 식음료 콘텐츠 기획 ‘테이스티 저니’의 일환으로, 벤슨의 시그니처 메뉴인 ‘저지밀크&말돈솔트’ ‘버터프렌치토스트’가 미니컵 형태로 출시된다. 단 판매 기간은 미정이다.
벤슨은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 총괄 부사장이 직접 주도한 브랜드로, 지난 5월 서울 압구정로데오에 첫 매장을 열며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스타벅스는 자체 디저트 라인업을 보유한 대표적인 브랜드인 만큼, 벤슨과는 본래 경쟁 관계였다. 그러나 양사는 이번 협업을 통해 서로의 전략적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벤슨 입장에서는 전국 단위 대형 매장을 기반으로 단숨에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으며, 스타벅스는 프리미엄 이미지와 트렌디한 콘텐츠를 강화할 수 있다. 더불어 ‘경쟁사와 협업’이라는 이색 사례는 SNS 등에서 높은 주목도를 유도하며 마케팅 효과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업계는 이를 두고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벤슨은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스타벅스 외에도 더현대 서울, 스타필드 수원, 잠실 롯데월드몰 등 경쟁 유통사 거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해왔다. 한화의 또 다른 F&B 브랜드인 파이브가이즈 또한 경쟁사 유통망 입점을 적극 활용 중이다. 1호점은 강남대로에서 시작됐지만, 2호점은 더현대 서울, 이후 신세계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타 유통망에 연이어 입점하며 정작 자사 백화점인 한화갤러리아에는 뒤늦게 들어섰다.
유통업계의 ‘적과의 동침’은 온라인 플랫폼과의 협업에서도 나타난다. 기존에는 자사 오프라인 매장에만 유통하던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이커머스 채널로 확장하는 추세다. 롯데마트의 PB 브랜드 ‘오늘좋은’은 쿠팡에 입점해 로켓배송을 통해 고객에게 제품을 공급 중이며, 이마트의 ‘피코크’는 컬리를 통해 가정간편식, 김치, 디저트 등 다양한 품목을 새벽배송으로 제공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PB ‘심플러스’도 쿠팡을 통해 생활용품을 유통하고 있으며, 킴스클럽의 ‘오프라이스’는 쿠팡은 물론 알리익스프레스에서도 판매 중이다.
이는 단순한 유통채널 확장을 넘어,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시도다. 과거에는 PB 상품을 통해 자사 매장 방문을 유도했다면, 이제는 외부 플랫폼을 활용해 매출 규모를 키우고 브랜드 인식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유통업계에서 ‘자사 채널만 고집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다. 경쟁사든 플랫폼이든, 소비자 접점을 어디서든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면서 “우수한 콘텐츠와 브랜드력을 가지고 있다면, 외부 채널에 입점해도 오히려 인지도가 높아지고 다시 자사 채널로 유입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처럼 시장 변화가 빠른 시기엔 유연하게 협업하는 방식이 곧 생존 전략”이라면서 “업종을 막론하고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껴안는 코피티션 사례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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