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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이 왜 두려울까? 자신이 사라진다는 존재론적 공포가 가장 클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나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소멸의 공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자신이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모든 것이 끝난다는 생각이 죽음을 두렵게 만든다. 죽으면 끝이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AI)을 통해 망자를 되살려내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죽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가수 이현도는 고 김성재(1972~1995)의 목소리를 AI로 복원한 듀스 4집 앨범을 제작해 올해 말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1993년 결성된 듀스는 뉴잭스윙(힙합과 알앤비를 결합한 흑인 음악)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한창 주가를 올리던 1995년 ‘나를 돌아봐’ ‘여름 안에서’를 내놓은 후 해체를 선언했고 곧 이어 김성재가 돌연 세상을 떠났다.
듀스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마지막 노래는 김성재가 발표하려던 미완성곡에 이현도가 랩 가사를 얹은 ‘사랑, 두려움’이다. 이 곡은 1997년 듀스 베스트 앨범에 수록됐다.
곡 발매 당시 이현도는 아쉬움이 컸던 듯하다. 이번에 음반을 제작하면서 기존 듀스의 음원에서 목소리를 추출해 김성재의 목소리를 새로 만들고 자신의 목소리를 더했다. 심지어 듀스 영상도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듀스가 4집 앨범을 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도 갑론을박으로 치달았다.
“듀스는 K팝의 원조이자 역사다. 과거의 유산을 AI로 복원하는 건 실험이 아니라 문화적 계승”이라며 반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미공개 데모 발굴이라면 모르지만 AI는 다른 인격이 아닌가. 도리어 그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힘을 빼앗길까 우려된다”며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앞서 2020년 엠넷은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을 통해 김현식과 혼성그룹 거북이의 멤버 터틀맨의 목소리를 AI로 복원하고 홀로그램을 제작해 무대를 구성했다. 그러나 상업성을 배제한다는 뜻에서 음원은 발매하지 않았다.
2022년 사망한 코미디언 송해가 2023년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1회에서 부활하는 일도 있었다.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젊은 송해가 KBS 1TV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는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제작진은 1994년의 ‘전국노래자랑’ 영상을 모아 AI를 학습시킨 후 송해를 다시 무대에 세웠다. 국민 MC 송해에 대한 그리움을 시청자들과 나누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여론은 지극히 부정적이었다.
“고인을 가지고 돈벌이 그만하자. 저세상에 간 사람을 조용히 영면하도록 하는 것이 고인을 위한 길이다.”
“복원 수준이 떨어져 어색하고 민망했다. 조금 더 제작에 신경을 써 완성도를 높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반면 2023년 11월 발매된 비틀즈의 신규 음반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은 큰 호응을 끌어냈다. 이 음반은 1980년 사망한 존 레넌이 1977년 피아노 반주에 자신의 목소리를 얹어 녹음한 미완성 데모곡을 바탕으로 한다.
AI를 활용해 레넌의 목소리를 피아노 음에서 추출해 분리하고 여기에 현존 멤버인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의 연주·코러스를 더해 완성했다. 이 앨범으로 비틀스는 2월 제67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록 퍼포먼스 상을 받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부활 퍼포먼스가 근자에 한 번 더 있었다. ‘헤비메탈의 제왕’ 오지 오즈번(1948~2025.7.22.)이 앞서 세상을 떠난 팝스타들과 깜짝 부활한 일이 그것이다.
영국 가수 로드 스튜어트가 최근 공연에서 오즈번에 ‘포에버 영(Forever Young)’이라는 노래를 헌정하면서 무대 배경 화면에 영상을 하나 띄웠다.
젊은 시절의 오즈번이 △마이클 잭슨(1958~2009) △프레디 머큐리(1946~1991) △프린스(1958~2016) △티나 터너(1939~2023) △밥 말리(1945~1981)와 환하게 웃으며 셀카를 찍는 AI 영상이었다.
스타들의 대대적인 부활은 대대적인 비판에 직면했다. 오지 오즈번이 만난 적도 없고, 심지어는 알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높은 아티스트들을 AI를 이용해 붙여 놓았다는 것에 불쾌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다.
‘AI 윤리’를 강조하는 이들은 ‘본인의 이미지는 본인이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아무리 가족의 동의를 얻어도 본인의 의사를 어떻게 알겠냐는 것이다.
인간은 모든 것이 끝난다는 생각에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으면 끝이다. 그러나 이젠 다른 이유로 죽음을 두려워하게 됐다. 죽어도 끝이 아니라는 것. 사후에 얼마든 타인에 의해 새로운 이미지로 변형·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은 죽음에 대한 또 다른 방식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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